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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취준 고민.

NFQ88V1lmayaZHQ 2022.02.19 작성
지방대 4년제 사복과 졸업하고 이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서론(인생사)이 길 테지만 그래도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시간 많은 분이 읽으시면 요깃거리는 되려나요 :) ㅋㅋ.) 

그래도 밑에 5줄 요약은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고등학교 탱자탱자 놀면서 펜을 잡은 시간이 드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머리를 떠나서 노력하지 않았어요.

그냥 적당히 성적 맞추어서 문과였지만 교차 지원으로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수시 추합. 수능은 안 봤죠.)

문과생이(그것도 기본 베이스가 없는 사람이) 이공계열로 들어가니까 멘탈이 터지죠. 물리, 수학, 해 본 적도 없는 C언어까지. 학점은 당연히 말아먹었고 2학년까지 별 생각 없이 살다가 군대로 도망쳤습니다.

군대라는 작은 사회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전역을 앞두기 직전까지 사회에 다시 나간다는 기대감만 가진 채 스스로의 진로에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스물 셋이니까?라는 안일함이 굉장히 컸죠. 그렇게 전역하게 되고 복학 전의 몇 달 동안 상념에 젖으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1년 휴학을 신청했습니다. 그 마저도 알뜰하게 쓰지는 못했죠. 어영부영 컴공이랍시고 학원이라도 다녀보겠다 해서 코딩 학원 몇 달 다니다가 적성에 안 맞아서 중도 포기. 결론은 전과가 답이겠다 싶어 내 흥미와 진로에 대해 잠깐이나마 진중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지를 좁혀 보니 대학 내 학과 중 그나마 관심 있었던 건 시각디자인이었습니다. 전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초·중·고 생기부를 살펴 보니 장래 희망이 전부 미술 쪽일 정도로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도 미술 선생님께서 미술 쪽으로 공부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을 정도로 나름 흥미가 있었던 만큼 남들이 말하는 재능이라는 것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주 얕게나마 있었나 봐요.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시각디자인? 미술 공부는 네 나이에 너무 늦지 않았냐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일단 가 보라고 해서 사회복지를 선택하게 됐어요. 향후 사회복지에 대한 전망은 점점 커질 것이며 절대 망하지는 않는다는 말만 보고 갔죠.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보다는 부모님이 바라는 방향의 결정과 체념. 핑계라면 핑계겠지요. 그저 부모님 뜻대로 따라만 가면 된다는 안일함에 사로잡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현재가 된 것 같아요. 부모님 탓을 할 수 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나태함에 빠진 자신의 잘못이 더 크죠. 

그래도 전과는 했으니 공부는 해 봐야지 싶어서 전공 강의를 들으면서 졸업 요건은 충족했습니다. 학점은 1, 2학년 때 말아먹어서 2점대 중반. (2점도 안 됐던 성적이 전과하고 그래도 쭉쭉 성적이 올라서 최대한 올리니 저 정도.) 그리고 지금의 저가 됐네요.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취업은 해야 하는데 이루어 놓은 것은 없으니 막막합니다. 이 절박함에 그래도 토익부터 시작해 보자 싶어 기초 문법과 하루 영단어 200개씩 외우자고 시작한 지 이제 이틀 째. 근데 재미는 있더군요. 순공부 2시간도 힘들었던 제가 처음부터 차근 차근 해보니까 3-4시간은 금방 가더라구요. 앞으로도 점점 늘어나겠지 싶습니다.


저는 사실 미술 쪽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어요. 타블렛도 하나 있으니 심심하거나 그림 그리고 싶을 때면 자잘하게 모작하며 놉니다.

현실은 냉정하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 지어야 할 나이라고 늘 느끼니까요.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에 뛰어 들어서 어린 나이에 성인이 봐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타고나거나 노력한 친구들이 굉장히 많은 만큼, 27살의 나이에 미술 공부를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박이잖아요. 외아들이라 가족도 부양해야 하고 부모님은 점점 나이 들어가서 힘들어 하시고··· 아버지가 일하시는 물류센터 현장직을 지금이라도 따라 다니면서 경력을 쌓을 지, 아니면 그래도 최소한 30대 초까지는 취준을 해야 할 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전공한 사복은 학점이며 해 놓은 자격증도 없이 복지사 자격증만 덜렁 있으니 진짜 마지막 퇴로는 공시 준비라고 생각은 하는데 노베이스고,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고, 결국 포기하게 되면 그 공백기는 어떻게 감당할 지도 걱정이라 지금은 진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27살, 그리고 2월. 전 많이 늦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글들 탐색하면 아직 한창이다. 요즘 30대 신입도 많다 이러는데 이건 저를 더 안일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최악의 경우로만 결론을 맺은 채로 스스로에게 압박을 줄 생각입니다.


제 최선은 뭘까요. 제 흥미? 그림.(일러스트레이터) 글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짤막하게 글귀를 작성하거나, 게시글 작성할 때 깔끔하게 보이도록 꾸미거나 가독성이 좋게 글을 다듬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잘 쓰지 않는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글이나 대화에 활용하는 것도 좋아해요. (고전적인 느낌의 한자어같은 것.) 지금 쓴 글들이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공들인 결과기는 합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인용 진로 적성 검사도 해 보고, 제가 적합 이론가(딱 맞는 일을 찾아야 열정을 느끼는?)인 것도 발견하고, 스스로에 대해 진로와 흥미, 최선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발굴하고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핵심 요약 5가지.

1. 그림(미술) 여전히 미련이 있다. 하지만 27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미술 공부에 들이는 비용 생각하면 우리 집은 그렇게 부유하지 못하다.

2. 전공 살려 공시 준비는 마지막 패자부활전이라고 생각하며 진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부모님은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하지만 비용과 실패했을 때 공백기 생각하면 쉽게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3. 현재 토익과 컴활1급 공부 병행 계획으로 차근차근 공부하는 중. 800점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시작으로 공부 습관과 자세를 바로잡으려 한다.

4. 27살 무스펙 무자격증 취준생. 가장 최선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언을 듣고 싶다.

5. 위의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생각 중인 건 자격증 취득하고 사무직 지원하는 것과 물류 현장직이나 물류 관리직.
(최소한 공부하고 취득해야 할 자격증과 영어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며 공부 커리큘럼도 꾸준히 수정하고 있다.)  



지루하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뼈 아프고 묵직한 팩트 기대하고 조언 기쁘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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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JLKsKCJlfklcd 2022.02.21 작성
    그림, 미술은 취업 이후에 취미 등으로 해도 되니까 일단 그 취미나 또는 제 2의 진로인 미술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직무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거에 맞는 자격증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사무직 지원하는 것과, 물류현장직 이런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사무직도 너무 많아서... 제가 보기엔 구체적으로 안잡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작성자님말처럼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거에 공감가요 그래도 하고 싶은거, 잘하는걸 안다는게 부럽네요 대부분의 직장인은 그냥 자기가 뭘 잘하는지 모른채 다니는게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는 또 부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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