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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12 팀장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 4편

[팀장으로 산다는 건] #12 팀장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 4편

 

개인적으로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엔 한 달이면 영화관에 두세 번은 갔었습니다. 넷플릭스와 왓챠의 구독자이기도 하고요. 왓챠에서, 예전에 본 영화를 1000편까지 찍어보다 '내가 정말 영화를 많이 봤구나'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참고로 1000편 감상 시간을 대략 따져보면 3달 정도 됩니다)

 

영화란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의미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지요. 팀장 생활 시절 중에도 뭔가 느낄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영화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 해석은 제가 받아들이기 나름이었지만요. 기억에 남고, 비즈니스 영화로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일곱 편을 뽑아 봤습니다. 분량상 ‘위안’ 그리고 ‘인사이트’ 두 편으로 나눠 연재합니다.

 

(영화 순서는 추천 순서가 아니며, 영화의 내용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명작 중 수작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정신과 의사로, 맷 데이먼이 문제아로 나옵니다. 수학 천재입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로 받은 학대로 인해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대인 관계를 깊이 맺어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이상한 성격이 돼버렸지요. 그래서 정신 상담을 받게 되는데요. 상담을 거부하면서 화를 내는 맷 데이먼에게 로빈 윌리엄스가 말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

 

반발하는 맷 데이먼에게 몇 번이고 말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세어 보니 '열 번'을 말하더군요.

  

출처: https://youtu.be/ZQht2yOX9Js,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위안을] 

 

여러 번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중 200X년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봤던 기억이 가장 선명합니다. 시장에선 완전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제 명함을 바닥에 던지면서 면박을 주는 사람이 있었고, 미팅 자체를 거부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의욕이 떨어져서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 가면서 일을 해야 하나' 싶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위의 대목 쯤에서 저도 맷 데이먼처럼 울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겐 로빈 윌리엄스처럼 응원해주시던 회사 외부의 은인이 계셨습니다. 애초 어려웠던 사업을 실제 도와주셨던 분입니다. 본인의 신용을 통해 거래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기운을 북돋는 말씀을 해주셨죠. "김 대리, 이건 되는 사업이에요. 옳은 방향입니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저 자신도 확신이 부족하던 시절, 큰 힘이 돼주셨습니다.

 

외부에서 본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럴 때는 평소 자주 보던 사람들 말고,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느슨한 관계의 사람 중에서 만남이 좋을 수 있습니다. 관계가 깊으면 오히려 조언해주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마음의 상처나 우울감이 심각하면 상담센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러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저는 종종 우는 기회(?)를 찾습니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실컷 울어봅니다. 1997년 국민들의 애정을 받던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영국에선 우울증 환자 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유추해보면 슬픔을 애도하면서 평소 갖고 있던 우울감이 줄어서가 아닐까 분석이 됐다고 하네요. 한국 남자들은 울 필요가 있습니다.

 

 

가타카(Gattaca)

 

우성인자만 결합해 우성 인간을 태어나게 하고, 이로써 사회적 계급이 나뉜다는 미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주인공 이선 호크는 비계획적으로 태어난 열성 인간입니다. 질병으로 서른 살을 못 넘긴다는 저주 같은 예고를 받고 태어났지요. 하지만 동생 로런 딘은 완벽한 우성 인간입니다. 키도, 체격도 형보다 뛰어납니다. 둘은 어릴 적부터 바다에서 수영 내기를 했는데, 누군가 먼저 포기할 때까지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동생이 승리했지요.

  

출처 네이버 영화 <가타카>

 

이선 호크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갈 꿈을 꿉니다. 하지만 우성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이라 다른 사람(주 드로)의 신분으로 위장을 하죠. 그러던 중 감독관에게 신분이 탄로 날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그를 살해합니다. 점점 수사망이 좁혀들고, 수사관이었던 동생이 그를 찾아옵니다. 이선 호크는 자수하면서 다시 한번 수영 내기를 하자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동생이 이길 것 같은 내기.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동생이 먼저 포기를 하죠.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우린 해변에서 너무 멀리 왔어! 위험하다고!"

 

"알려줄까? 나는 돌아가는 힘을 남겨놓지 않아서 널 이기는 거야."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출처: https://youtu.be/GM-znjDGubE,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위안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회사가 좀 더 큰 회사였다면' '임원이나 사장이 시간을 좀 더 줬더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넉넉한 상황에 있는 대기업 친구들(우성 인간)을 떠올려보며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정된 자원과 제한 있는 환경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일반적인 팀장(열성 인간)의 냉정한 현실입니다. 다만,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말하지요. 하지만 혹시 그 최선의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치열한 고민이 이뤄졌는지 종종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진정으로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바쳐서 최선을 다했던 그 순간의 기억을 간직하고, 나중에도 종종 상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동안 가타카 주인공이 말한 글귀를 인쇄해서 제 책상에 붙여 놓고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상황을 비난하기보다 나를 먼저 되돌아보기에, 남 탓하지 않고 새롭게 출발하곤 했습니다. 설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과정 상에 제 자신의 마음가짐에 만족할 수 있게 되고, 어제보다 발전한 자신에 대해 뿌듯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해고대행 서비스회사의 베테랑 직원, 라이언(조지 클루니 분)은 미국 국내 출장을 연중 270일 이상 다닙니다. 그는 고객사를 대신해서 해고를 통보하고, 퇴직 후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퇴사자들로부터 욕을 먹고, 상해 위협도 받지만, 그는 사실 비행기 출장을 즐깁니다. 천 만 마일리지를 모아 항공사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걸 고대합니다. 그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 갑니다. 남아있던 가족인 동생, 누나와의 교류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신입 사원 나탈리가 새로운 온라인 퇴사 통보 시스템을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사장은 시간과 비용을 아껴줄 이 시스템에 호감을 가지게 되고, 라이언은 더 이상 출장을 다닐 수 없게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는 사장을 설득해 나탈리와 동행 출장을 떠나게 됩니다. '품위 있는'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면서요. 해고 통보를 하던 자리에서 분노를 드러내던 해고자에게 라이언이 한 마디를 던집니다.

 

"꿈을 포기한 대가로 받은 첫 월급이 얼마였죠?"

(How much did they first pay you to give up on your dreams?) 

 

알고 보니, 그는 대학에서 전공했던 프랑스 요리를 포기하고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했던 겁니다. 그는 퇴직은 끝이 아니라 꿈을 찾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 줍니다. 해고 통보란 고객사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건조한 나탈리의 생각에 결국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출처: https://youtu.be/TkX-TPaodoM,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위안을]

 

꿈에 대해서 많은 말을 합니다만, 바쁘게 살다보면 꿈을 잊고 사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멍할 때가 되는 것이죠. 그럴 때는 반드시 애초에 어디로 향하기로 했었는지를 상기해야 합니다. '내가 처음 팀장이 됐을 때, 어떤 팀장이 되고자 했었는지', '내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 팀장을 위한 책, 조언, 기사들은 대부분 팀장이 무얼(What) 해야 하고, 어떻게(How) 해야 할지에 대한 얘기들이 넘쳐납니다. 실무적으로는, 세부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Why) 팀장이 되었는지 잊었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출장 중에 비행기 안에서 나탈리와 라이언의 대화에는 '하는 일'과 '역할'의 차이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기능적 업무에만 빠져 있는 팀장님들이 다시금 방향타를 잡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생각, 일과 사랑에 대한 생각 등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서의 의미도 큰 영화라 생각됩니다.

 

 

인턴 (The Intern)

 

70세 은퇴자가 패션 IT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 아닌가 싶었는데,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나올 때는 잔잔한 감동과 자성의 기분이 충만했습니다. 영화 원제의 부제가 'Experience never get old'(경험은 늙지 않는다)입니다.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 분)의 인턴 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30대 CEO인 줄스(앤 헤서웨이)는 외부에 홍보하기 위해 시니어 인턴 제도를 도입했을 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벤의 성실과 충성심, 그리고 배려심에 다들 마음을 열게 됩니다. 수십 년 사회생활 노하우가 쌓인 벤이지만 줄스 곁을 지켜주면서도 주제 넘게 먼저 나서는 법이 없습니다.

 

어느 날, 벤은 방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료는 자기 집에 머물게 해줍니다. 깔끔히 정리돼있는 옷장을 보던 동료가 묻습니다.

 

"잘 정리되어 좋아 보이는데요... 손수건은 왜 그렇게 갖고 다니시는지 모르겠어요."

 

"손수건은 남에게 빌려주기 위해 준비하는 거야." 

(The best reason to carry a handkerchief is to lend it.) 

  

출처 : https://youtu.be/fiVyUj7ob50,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위안을] 

 

권위를 모두 내려놓고 진심으로 사장을 돕는 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살겠다'란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팀장일 때 적용해볼 수는 없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카리스마 있는 만능 팀장을 꿈꾸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선 먼저 듣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팀원의 말을 자르고 내 말을 앞세웠겠지만, 참았습니다. 팀원들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을 아예 꺼버렸습니다. 그런 면담이 몇 번 지나자, 팀원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다음 문제였습니다.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말이 나와야 했으니까요. 

 

벤이 말했던 ‘손수건’을 미리 준비했습니다. 팀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휴식이 필요한 팀원에게는 휴가를, 학습을 원하던 팀원에게는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저와의 문제가 있던 직원에게는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상호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은 양해를 구했습니다. 팀장은 결국 여러 장의 손수건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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