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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으로 산다는 건] #13 팀장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영화 3편

[팀장으로 산다는 건] #13 팀장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영화 3편

 

팀장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 소개에 이어 이번에는 인사이트를 주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실리콘밸리 전쟁(Pirates of Silicon Valley)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대학 시절부터 창업 초기 단계까지를 그린 영화입니다. 약간 B급 영화 같은 느낌이 나는데, 개봉 영화가 아니라 TV 영화라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제인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을 그대로 썼으면 좋았겠다는 느낌입니다. 실제 이 둘은 복제의 달인들이었거든요. 

 

출처 IMDB

 

신제품 개발의 보물창고는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였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이곳에선 GUI(Graphic User Interface), 마우스, 이더넷, 프린터 드라이버 등의 컴퓨터 관련한 기반 요소들을 먼저 개발해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용화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뤄서 큰돈을 벌게 됩니다. 둘 다 해적인 셈입니다. 더 영악했던 건 분명 '빌 게이츠'였습니다. 

 

애플의 GUI 기반 컴퓨터를 보고 나서 이마저 훔쳐야겠다고 마음먹은 빌 게이츠는 애플의 하청을 빌미로 새로운 맥을 받아오고, 이를 모방해서 '윈도우즈' 운영 체제를 만듭니다. (사실 IBM에 팔아먹었던 'DOS'도 무명의 프로그래머에게 몇만 불에 산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에게 불같이 화를 내게 되는데, 빌 게이츠는 이렇게 답합니다.

 

"내가 베꼈다고? 너도 팔로알토에서 훔쳤잖아!"

 

 

자리를 떠나는 빌 게이츠.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스티브 잡스가 자위하듯 말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너네 보다 나아. 우리 것이 더 낫다고" 

 

 

빌 게이츠의 일침. 최고의 대사입니다.

 

"넌 뭘 모르고 있어, 스티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냐." (You don't get it, Steve. That doesn't matter.)  

 

출처: https://youtu.be/UFcb-XF1RPQ,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인사이트를] 

 

회사는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됩니다. 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같은 목적이 있지만, 부서 간의 이해관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고 남들도 다 내 맘 같을 거라는 생각은 순진할 것일 수 있습니다. 해외 영업을 할 때, 신규 제품 개발을 논의하던 중 바이어의 샘플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기술개발부서에 관련 사항을 전달하고, 제작을 의뢰했지요. 샘플이 전달되고, 바이어에게서 승인됐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발주가 유망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생산부서와 양산을, 구매부서와 원부자재 수배를 논의하던 중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하나 두 개 만들 때는 가능한데 생산라인에 태우면 양산이 불가능할 거라는 얘기, 고급 원자재를 썼기 때문에 적자가 날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기술개발부서는 쓸데없이 기대 수준 이상의 샘플을 만들어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에, 합리적인 성능을 갖춘 제품'입니다. 최고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만들거나 제공하려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준에 대한 동일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품'이 지향하는 틈새시장인지, '제품'이 지향하는 주류시장인지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핵심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제품을 시장의 니즈 맞게 내부 의사소통을 정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고, 빌 게이츠는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든 겁니다. 현실상 우리는 팔릴 만한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잘 팔리는 게 좋은 제품입니다. 그런 면에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빌 게이츠가 스티브 잡스보다 더 위대하단 생각이 듭니다.

 

 

머니 볼 (Moneyball)

 

'빅 데이터'의 위력(?)에 관련해서 자주 언급됐던 영화입니다. 사실 '빅 데이터'는 대개 비정형 데이터에서 함의를 추출하는 건데, 영화상 데이터는 빅 데이터는 아니고, 선수들의 경기 성적이었습니다. 사실 구단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효용성은 어떤 시각을 가지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니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성적도 안 좋은데 돈이 없는 구단 사정으로 그나마 쓸만한 선수들도 타 구단에 넘겨야 하는 상황. 구단주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은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타 구단에 갔다가 피터 브랜드를 만납니다. 별것도 아닌 친구 같은데, 상대 구단주는 피터에게 계속 조언을 구합니다. 미팅이 끝난 후 빌리는 피터를 찾아갑니다. 여러 얘기 끝에 빌리에게 호감이 있던 피터는 이렇게 얘기해줍니다. 

 

"선수를 사는 게 아니라, 승리를 사야죠."

"승리하려면, 출루를 사야지요." (To buy wins, you buy runs) 

 

저는 이 대사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야구라는 업의 진짜 본질을 꿰뚫는 말이었습니다. 오클랜드 구단의 기존 스카우터들은 선수의 성격, 부상, 사생활 등을 가지고 영입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거든요. 야구란 결국 누상에 주자를 많이 내보내서 점수를 얻는 팀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출루율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게 맞는 얘기지요. 그 외 다른 것은 지극히 부차적인 것입니다.

 

[팀장에게 인사이트를]

 

도매 영업을 전국 단위로 하며 지낸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간 100일 넘겨 출장을 다니면서 나름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실적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실망이 컸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고 사업 성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성공요소에는 흔히 낮은 매입가, 친절한 서비스, 빠른 배송 등등이 있습니다만, 이 같은 일반적인 성공요소들 외에 다른 뭔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업계의 '관계'였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비즈니스 룰이 필요했습니다. 매입에서는 중요 메이커 중 대리점 체계가 약한 고리부터 공략했습니다. 매출에서는 고객사의 고객사를 공략해서 인텔 인사이드의 'Push & Pull'이 가능한 마케팅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안면, 인연, 업력이 중요한 시장이었지만 철저히 이윤과 실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5년만에 해당 시장 점유율 1위의 업체가 되었습니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좀 더 나아 보이기 위해 이것도 붙여 보고, 저것도 붙여 보려는 유혹이 듭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과 같습니다. 별을 붙이고, 조명도 달듯이. 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조화가 깨질 뿐만 아니라 트리가 견디지 못합니다. 결국 핵심은 하나이고, 그것이 전부입니다.

 

 

땡큐 포 스모킹 (Thank You For Smoking)

 

장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가볍게 볼거리만 제공할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입니다. 담배 제조업계를 대변하는 가상 조직, '담배연구아카데미'의 대변인 닉(에런 엑하트 분)이 주인공입니다. 그는 담배 유해성에 대한 대중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교묘하게 프레임을 바꾸는데 천재적인 인물입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그의 활약 중 결정적인 한 장면은 '조안'이라는 토크쇼에 출연한 장면입니다. 흡연의 폐해라는 주제에 나온 패널들은 15살 청소년 폐암 환자(윌리거), 전국폐건강협회장, 청소년흡연반대부모회장, 흡연의 유해성을 입증하려는 의원실 보좌관 등으로 그에겐 100% 적대적인 환경입니다. 방청객도 야유를 보내며,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토크쇼가 시작하려는데, 그가 선제적으로 입을 엽니다.

  

출처 네이버영화

 

닉 : "윌리거(청소년 폐암 환자)가 죽으면 우리는 고객을 잃는 것이죠. 저는 윌리거가 살아서 흡연을 계속하길 희망합니다." 

 

보좌관 :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닉 : "잠시만요, 한 가지만 설명을 드릴께요. 론 구디 씨(보좌관)는 윌리거가 죽길 바랍니다. 그래야 의회 예산을 딸 수 있거든요. 당신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보좌관 : "뭐라고요?"

 

닉 : "사실은요, 우리는 5천만 불 상당의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동의하듯이 우리나라 청소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Because I think that we all agree that there is nothing more important than America's children)

 

그는 '돈'을 수단 삼아 상대를 비열한 존재로, 담배회사는 좋은 일을 하는 존재로 프레임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명제에 자신들을 엮었죠. 그는 청중들로부터 환호까지 받게 됩니다. 

 

출처: https://youtu.be/yrxRCTUt6OY, 자막 추가 삽입

 

[팀장에게 인사이트를] 

 

우리는 일을 하면서 대부분 녹록지 않은 상황과 맞닥뜨립니다. 열심히 준비한대도, 사전에 검토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요.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구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절대 명제에 연계됐음을 설득할 수 있다면 자기 일의 정당성을 자연스레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을 담배회사가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같은 얘기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2004년에 다국적 담배회사 중 하나가 실제로 국내에서 벌인 캠페인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의 사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캠페인에 나섰을까요? 진짜 그들은 청소년들이 금연하길 원하는 걸까요?

 

저는 이런 캠페인 자체가 청소년들의, 흡연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고 봅니다. 청소년 시기부터 흡연을 시작한 사람이 더 오래 흡연을 한다는 것을 이미 담배회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니, 이상한(?) 캠페인을 하는 겁니다. '담배는 생각하지마'라고 하면 담배 생각이 더 나게 마련이니까요. 전략을 짤 때, 토론을 준비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해볼까 고민하지만, 프레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면 아주 쉽게(?) 세세한 것들은 해소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팀장님들께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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