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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7 팀 이슈와 맞물리는 회의구조의 재구성

[팀장으로 산다는 건] #7 팀 이슈와 맞물리는 회의구조의 재구성

 

 

기획팀 이 대리: 박 팀장님, 다음 달 월간회의 보고자료 주셔야죠.  

사업팀 박 팀장: 벌써 그렇게 됐나? 얼른 줄게. 막내야 보고자료 준비하고 있냐? 

 

어느 사무실, 회의자료는 이렇게 얼렁뚱땅 만들어집니다. 월간 회의는 한달이 지나갔음을 느끼게 하는 '월례행사'일 뿐이죠. 사전에 팀원들과 검토도 없고, 공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에 회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실패가 예상됩니다. 

 

회의가 직장인들의 원성을 산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비효율과 시간 낭비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죠. 최근 시스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근무 시간의 37%가 회의에 사용되고 있으며, 응답자의 47%는 회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 MBC 무한도전

 

회의(懷疑)스런 회의 

얼마 전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극단적으로 정기회의를 모조리 없앤 회사 얘길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혁신이 된 것 같았다고 합니다. 회의 준비와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껴 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2~3주가 흐른 뒤 보니 오히려 회의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합니다. 정기회의는 없지만 수시로 상사가 소집하는 작은 미팅이 많아진 탓입니다. 이 회사는 고민 끝에 결국 정기회의를 부활시켰다고 합니다. 

 

회의가 필요 없는 조직이 가능한지는 의문입니다. 조직은 상하관계가 뚜렷한 편입니다. 직책과 직무에 따라, 역할에 따라, 능력에 따라 격차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자본이 축적되며 사업이 다변화될 때 나온 '사업부제' 조직 형태이긴 한데, 일부 혁신 기업들을 빼고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까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조직 통제구조가 결국 Top-down이기에, 하부조직은 상부조직의 뜻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사업부 간 혹은 부서 간 끊임없이 자원 확보를 놓고 경쟁하며 의견충돌을 빚게 됩니다. 회의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모든 회의를 무의미하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한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는 주요한 의사소통 수단 

회의(會議) 뜻풀이는 해보면 '모여서 의견을 논한다' 정도가 되겠죠. 회의의 주제나 목적은 다른과 같이 분류가 가능합니다. 

 

- 정보 전달, 진척도 확인

- 창의적 기획, 아이디어 수집

-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 

- 문제해결

- 의사결정 

 

정보 전달과 진척도 확인을 위한 회의는 사실 회의의 의미와 맞지 않습니다. 공지사항을 전하는 공유의 자리일 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간회의'입니다. 이 자리에선 통상 지난주에 무엇을 했고, 이번 주에는 무엇을 할 예정이고 등 활동 위주의 보고가 이어집니다. 기껏해야 주간실적 정도가 더해지는데, 숫자로 표현되는 실적은 ERP나 회계시스템을 통해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걸 굳이 회의 자료용 엑셀파일로 시간을 들여 만들 필요가 없죠. 

 

그럼 어떤 회의가 진짜 필요한 회의일까요. 팀 내부회의 경중을 ERRC(제거, 증가, 감소, 창조) 매트릭스를 통해 살펴보면 어떤 회의가 진짜 필요한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① 제거

앞서 언급했듯 정보 전달 및 단순 공유, 일정 및 진척도 확인을 위한 회의는 폐지 대상 1순위입니다. 물론 이러한 회의를 없애기 위해선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툴(tool)을 마련해두어야겠죠. 툴을 당장 갖추기 어렵다면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갈음할 수도 있습니다. 

 

② 감소

갈등 조정과 이해관계 중재는 주로 다른 팀과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회의 참석 범위는 팀원들 전부가 아닌 팀장 또는 부팀장까지로 줄이면 '팀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③ 증가

모든 회의를 없애거나 줄일 수만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이나 제도 측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고객 클레임 대응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일상적 활동 중심의 회의가 아닌 '이슈' 중심의 회의로, 중요 사안을 심도깊게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④ 창조 

 

회의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회의입니다. 바쁘게 열심히 살았지만 평가 시즌 앞에선 늘 후회가 남습니다. 또, 실적이 이전 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보충할 길이 없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죠.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기 전, 평소에 정기적으로 논의할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수집, KPI 달성 대책 협의 등의 이름으로 없던 회의도 만들어야 합니다. 

 

 

팀 회의의 구조조정

중요도에 따라 회의 횟수를 조정했다면, 다음으로 상급 조직 회의 주기에 맞춰 팀 회의 주기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팀 회의 따로, 사업부 회의 따로, 전사 회의 따로인 조직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회의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겁니다. 

 

아래는 유통사업을 하는 사업부 정기회의체 예시입니다. 활동 중심이 아닌, 주요 '이슈별'로 주차별 주간회의가 셋팅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주차는 전월 실적이 주제입니다. 첫 주차에 바로 확정 실적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속보성 실적을 가지고 회의를 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숫자는 기본적으로 거의 실시간 확인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선 부진 사유와 향후 대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게 됩니다. 

 

2주차는 주요 메이커별 매익율(매출이익율)이 주제입니다. 이 조직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고객사별로 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영업 팀원은 단가를 낮춰 매출을 끌어올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는 영업팀 간 불필요한 마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부 차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는 이슈가 되겠죠. 

 

3주차는 영업 미수채권이 주제입니다. 이 회의 주체는 전사 차원의 경영지원팀입니다. 경영지원팀은 미수채권 회수와 처리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책을 고민하며, 영업팀은 부진사유와 향후 대책으로 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4주차는 상품 개발이 주제입니다. 기성품뿐만 아니라 직접 수입하거나 제조하는 상품의 진척도와 상황을 점검합니다. 소싱팀이 회의자료를 준비하고, 영업팀은 판매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해 조언하는 형식이 되겠죠. 

 

이제 내가 영업팀장이라면 어떻게 사업부 회의에 맞춰 팀 회의를 바꿀 수 있을 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사업부 회의를 준비할 팀 사전회의를 정례화합니다. 금요일은 휴가 등 불참 사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한주 전 '목요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1주차 전월 실적 회의를 준비하는 팀 회의는 월별 실적이 부진한 팀원과 특이사항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적 숫자는 늘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2주차 회의는 전원이 모이기보다는 매익율이 과도하게 떨어진 팀원과 일대일 미팅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주차 미수회의 준비팀 회의는 팀 내부적으로 악성 미수에 대한 기간, 특이사항 등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벗어난 팀원들을 중심으로 모여 협의합니다. 4주차 회의는 직접 회의 자료를 생산하지 않는 만큼, 판매 가능한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팀 내부 목표를 위한 별도의 주제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업부 단위 주간회의 후 논의 결과는 게시판이나 이메일로 공유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회의 중 팀과 관련한 중요한 사안 발생 시에만 후속 팀 회의를 진행하도록 합니다. 

 

 

상급 회의에 정렬된 팀 회의 

정기회의의 장점은 의외로 많습니다. 첫째,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논의 시간이 절약됩니다. 둘째, 연속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회의 결정 사항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용의하죠. 섯째, 정기적으로 해당 이슈에 대해 사전 준비 및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팀원 개개인의 스케줄링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팀장이 정기회의 진행 시 준수해야 할 사항도 있습니다. 

 

▷ 정기회의는 반드시 실시합니다. 팀장이 없다면 부팀장 또는 선임 팀원이 주재하면 됩니다. "오늘 회의 하나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좋습니다. 

 

▷ 정기회의 시작 전 이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요약해 언급하고, 실행하기로 한 사항을 먼저 점검합니다. 회의에 회의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논의만 있고 실행이 되지 않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 상급 단위 회의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팀장이 최종적으로 작성합니다. 특히 대응방안, 후속조치 등 중요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 기초 데이터 수집, 정보 공지, 진행 사항 확인 등 단순성 업무는 부팀장 또는 선임 팀원에게 업무를 부여해서 팀장이 생각할 절대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부팀장 제도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팀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 대안' 에서)

 

▷ 월 1회 이상은 팀 내 목표, 팀원 역량 강화, 또는 팀 KPI 관련 회의를 진행합니다. 당면 실적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이슈들입니다. 회의실을 벗어나 야외나 카페에서 진행해보는 것도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회의에 대한 팀장의 원칙 

상급 단위 조직의 회의는 사실 팀장의 의지와 별개로 움직입니다. 수시로 불러대는 임원들의 미팅 요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도 우선 팀 회의 구조를 바꾸고 상급 회의와 함께 돌아가도록 회의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목표-활동-대책'이 전사 단위, 사업부 단위, 팀 단위에서 일체감 있게 돌아가는 조직은 회의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회의가 쓸모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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