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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8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Line Vs. Staff)

[팀장으로 산다는 건] #8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Line Vs. Staff)

 

  

"박 상무님은 너무 원칙을 따지십니다. 때로 유연할 줄도 알아야죠. 요즘 매출 일으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압니까? 미수채권 규정을 조금만 풀어주면 영업사원들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이 상무님도 아시겠지만, 지난해 악성채권 회수문제로 얼마나 곤혹스러웠습니까? 그 후 미수채권 방침이 새롭게 강화돼서 적용된 지 이제 불과 수개월인데, 그걸 벌써 완화해달라는 게 말이 됩니까?"

 

매출에 목 마른 사업본부장과 원칙을 고수하려는 CFO(최고재무책임자). 회의 자리에서 두 사람은 거의 매주 싸웠습니다. 위 내용도 실제 대화를 살짝 다듬은 것입니다. 상사들이 신경전을 벌이다보니 동석한 영업팀장과 재무팀장 사이에도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격론이 오간 후 사업본부장인 이 상무는 회의실을 나오며 큰 소리로 한 마디 합니다. 

 

"우리가 경쟁사랑 싸우는지, 내부 적이랑 싸우는지 모르겠어!"

 


 

사업본부 Vs. 경영본부

 

매출을 책임지는 사업본부와 내부 살림을 담당하는 경영 본부 사이의 다툼은 일상화된 느낌입니다. 구매 담당 업무를 할 때 매입대금 결제조건을 가지고 회계팀장과 엄청나게 싸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신사업 초기 단계라 저희 회사는 매입량도 적고 시장 인지도도 낮았습니다. 매입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있었는데 현금 선결제가 아니면 가져올 수 없었습니다. 도매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매입이 안 되면 매출이 없는 구조였습니다. 금액이 수 십만원에 불과했는데 회계 팀장은 송금 못해주겠다고 버텼습니다. 기존에 유사 사례가 없다면서요.

 

답답한 나머지 격앙돼 "네가 공무원이야? 내가 번 돈으로 네 월급 주는 거 알아, 몰라?"라고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궁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본사에 직접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선결제가 가능한 구조를 협의했습니다. 저희 팀원이 건별 내부결재를 맡아 진행하기로 하고 이체 한도를 설정한 뒤 복귀했습니다. 회계팀장은 잦은 선결제 처리를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계선조직과 참모조직, 갈등은 필연적

 

두 부서의 리더들이 나쁜 사람이라 서로 싸우는 게 아닙니다. 보직이 계선조직(Line)과 참모조직(Staff)을 넘나들게 되면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70년대까지 한국 기업들의 조직구조는 대부분 피라미드형 구조였습니다. 상급자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하급자가 실무를 수행하는 완전한 Top-down 방식이었습니다. '지시-실행'의 심플한 구조였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분명했고, 빠른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었지요. 다만, ‘브레이크 없는 차’와 같은 형상이라 잘못된 방향으로 접어 들게 되면 막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참모형 조직'입니다. 그룹의 '경영전략본부', '구조조정본부', '비서실' 등이 여기 해당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라인 조직을 맡은 CFO(최고재무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등과 사전에 교감하고 협의하거나 공식석상에서 충돌을 벌이기도 하지요. 이들은 그룹총수와 CEO를 보좌하는 것이 사명이며, 일반적으로 라인 조직보다는 보수적인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과거 기업의 조직구조 

 

원래 라인과 스태프 조직이 결합한 형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경제학자, 법률전문가 등의 전문가(Specialists)들은 CEO와 각 부문 또는 기능을 맡은 하위 책임자들 사이에 위치하며, CEO에게 조언하고, 하위 책임자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계선조직(Line)과 참모조직(Staff)의 결합

출처: https://kalyan-city.blogspot.com/2010/06/organisation-organizational-structure.html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문가들을 항시 고용할 필요성은 점차 감소됐습니다. 조직 내 해당 역량 수준이 향상되었고, 아웃소싱 개념이 나오면서 필요할 때 잠시 고용하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한국 기업에서는 인사, 재무/회계, 총무/법무, 전략기획 담당자들이 CEO의 개인 사생활까지 케어해주는 행태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해당 인력이 있던 부서는 ‘전문가’의 위치를 점하게 됐습니다. 물론, 상시 조직이 아닌 '자문위원회', '비상임 이사', '고문' 등의 형태로 운용되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조직도(2019년 기준)를 살펴보겠습니다.


워낙 큰 조직이기 때문에 계선조직과 참조조직이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요. 다만, '회장실' '수석부회장실' '사장실'은 회장님, 수석부회장님, 사장님만 있는 조직이 아닙니다. 참모조직들이 포진된 곳입니다. 아울러 '경영지원본부' '재경본부' '기업전략본부' 등은 계선조직처럼 나와 있지만 실상 참모조직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지역별 본부 안에도 해당 지역본부장을 보좌하는 참모조직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계선+참모 조직

 

앞서 계선조직만을 갖춘 기업을 '브레이크 없는 차'로 비유했습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참모 조직이 추가된 형태가 '계선-참모 조직'입니다. 이럴 경우 의사결정의 독단을 막아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위험성 역시 상존합니다.

  

이처럼 계선조직과 참모조직이 함께 할 때 생기는 갈등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둘 간의 갈등이 없다면, 어느 일편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해버린 상황일 수 있겠습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계선-참모 조직’의 원래 목적과도 맞지 않습니다. 회의 때마다 논쟁 없이 무난한 결정이 이뤄지고, 모두 웃으면서 회의장을 나온다면 조직의 견제와 균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려버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조직 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피하는 방법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의제를 놓고 싸우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를 위해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제 설정부터 논의 진행, 결론 도출까지, 결국 심판은 CEO이기 때문입니다. 또한CEO가 양측을 공정하게 판단해서 결심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양측은 깨끗이 수긍해야 합니다.

 

  

가치 있는 싸움에 집중하기 위하여

 

가치 없는 싸움을 피하고, 가치 있는 싸움에 집중하기 위해서 평소 계선조직, 참모조직 간에 상호이해와 배려가 필수라고 봅니다. '사업팀장(Line)'과 '참모팀장(Staff)' 분들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사업팀장을 위한 솔루션]

 

매출을 일으키려 고객에게 굽신거리고, 고객 요구사항이 수용되게 하려고 내부에 굽신하고. 이러다 보면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인사, 재무, 회계팀은 편하게 책상머리에서 월급만 받아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란 조직은 내 돈이 아닌 남(주주)의 돈으로 굴러가는 곳입니다. 당연히 규율과 견제가 필요합니다.

  

- 내부 접대를 한다. 참모팀장들이 주타겟입니다. 접대라고 해서 머리를 조아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긴밀한 의사소통을 평소에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우연히 회사의 중요 정보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 중요한 보고거리가 있으면 관련된 참모팀장에게 미리 보여주고 조언을 구한다. 실제 조언이 도움이 되든 안 되든 크게 상관없습니다.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는 건만 인지시켜도 나중에 이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 도움을 받았을 경우 공식적인 자리에서 크게 칭찬한다. CFO나 CEO가 있는 자리에서 지원을 잘 받고 있다고 치켜세워주면 앞으로 더 큰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 참모팀의 자료요청에 빨리 회신을 준다. 참모팀들은 주로 사업팀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어차피 줄 거 빨리 주고 잊어버리는 편이 맘 편합니다.

 

 

[참모팀장을 위한 솔루션]

 

CEO는 날마다 불러서 원칙을 세우고 감시를 철저히 하라는데, 사업팀은 개념 없이 일을 벌이는것 같습니다. 매번 주의를 주지만 그때 뿐이죠. 인원이 자주 바뀌는데 게다가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운영되는 돈을 벌어오는 것은 결국엔 사업부서입니다. 그들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들입니다.

  

- 고객이라는 관점을 탑재한다. 사업팀은 고객이라는 관점이 투철합니다. 그렇기에 내부에선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지요. 인사, 총무, 회계, 재무부서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고객 대접을 제대로 해주고 있습니까?

 

- 사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업에 따라 참모조직의 할 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룰이야 비슷하겠지만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어떻게 제도화하고 지원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 사업팀의 지원이 필요할 때는 진솔하게 대한다. '금일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메일은 짜증만 유발합니다. 차라리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드니 서로 도와가면서 슬기롭게(?) 이 시국을 넘어가자고 솔직해지는 편이 백 배는 낫습니다.

 

- 사업 성과가 발생하면 사업팀을 앞세워라. 물론 나의 지원도 큰 힘이 됐겠지만, 그들이 먼저 빛나게 하십시요. 그 뒤에 오는 영광은 당신 몫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 팀장님들과 참모 팀장님들의 ‘가치 있는 싸움’을 응원합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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