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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보고서4. -그래도 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였던 디자인 회사의 두번째 이야기

IT 히어로 힝맨 2021.12.2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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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얻은 것과 잃은 것.

 이 보고서는 지난 회사에 대해 투덜거리기 위해 작성하는 것은 아닙니다(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시는 프로 이직러, 프로봇짐러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실은 아닙니다. 
그런 노하우를 공유할 만큼 대단치 않습니다.

 다만, 회사들을 전전하며 들었던 생각과 제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대단치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잦은 이직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그걸로 이목을 끌어놓고?!)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 조직을 찾지 못하는 수준 낮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맞는 조직에서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들에서는 이런 것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얻은 것1. 맨먼스를 기반으로 일정에 맞춰 일하는 법

 무엇보다 맨먼스를 계산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보고서에서 매출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고 했는데, 맨먼스에 맞춰 일정을 짜고, 그에 맞춰 일하는 것은 좀 다릅니다. 
마케팅 회사는 생각의 방향과 마케팅 방법(기획, 채널, 매체 등)을 정하면 투입되는 인력이나 일정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일한 만큼 성과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얼마가 걸렸든, ROI(투자 대비 수익률)만 높으면 되는 거지요.
요약하자면,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맨먼스를 계산하는 것은 좀 다릅니다.
잘하면 물론 좋겠습니다만, 맨먼스를 기준으로 보면 기간 안에, 일정 안에 일하는 법이 더 중요합니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또 주어지는 예산과 견적 안에서 일해야 하죠.
이 회사에서 자주 했던 말은 '짜장면을 시켰는데 자꾸 탕수육이 나온다'였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정과 견적은 고려하지 않고, 자꾸 좋은 디자인만을 고집했습니다.
(정말로 좋은 디자인이었는지는 논외로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한정된 자원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그리고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느끼는 보람이 지금껏 일해본 어느 포지션보다 좋았습니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만족을 느끼는 서비스와는 또 다른 보람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갈아 넣어 본전 치기하는 환경이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님)

 얻은 것 2. 동료와 직원을 구분하는 법,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는 법

 앞선 보고서들에서 꾸준히 언급해왔습니다만, 이 회사에서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믿고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어요.
마케팅 회사에서 매출을 버리고 스타트업이 될 수 없었듯, 이 회사에서도 미래가치나 투자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매출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사실이 제게는 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직원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희생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경영진 역시 성장을 바라면서도 그에 따르는 위험은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때는 잘 몰랐다고 생각해요.

 그랬기에 직원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했고, 경영진에는 성장하고 싶다면 위험을 무릅쓰라고 계속, 계속 말했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너무나 불편했을 것이고, 그렇게 저는 불편한 사람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못하고, 직원을 자꾸 운명공동체인 동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맞지 않은 이야기였겠지요.
경영진은 매출 기반의 손해를 보지 않는 중소기업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타트업의 엄청난 과실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게 열정 페이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란 걸 잘 몰랐어요.
사람에 따라 회사의 성장보다 복지와 연봉이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 저도 성장보다 복지와 연봉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제야 직장인다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얻은 것 3. 프런트 앤드 개발자로 실무 경험과 자신감

 이건 아주 개인적인 부분으로, 공유될 만한 경험은 아닙니다만, 언급은 해야 할 거 같네요. 
그동안 외주 개발로 홈페이지들을 만들어 왔는데, 실은 그다지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나는 기획자지 개발자는 아니야라는 생각이 강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회사에서 다양한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어요.
개발자로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재능과 능력일 수 있다!)

 잃은 것 1. 사람에 대한 기대치(?)

 많은 회사와 대표들을 접하면서, 사람과 직원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보다 함께하는 여정, 운명공동체에 대한 낭만을 더 좋아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과 직원을 믿지 않으면 사업에서, 회사에서 무엇이 남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돈을 남겨야 하는 것인데!)

 그러나 사람과 직원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로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아니란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면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만큼 역할을 해주면, 이 사람이 여기까지 성장해주면, 이라는 기대와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저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잃어버린 거 같아요.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꼰대가 된 거겠죠. 사람을 '너는 여기까지야',라고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꼰대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기대치로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현실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잃은 것 2. 의욕과 열정 그리고 도전 의식

 이 회사를 기점으로 의욕에 넘치고 열정적이던 저를 잃은 것 같아요.
다 그렇지 뭐,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어차피의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해요. 사람은 셋으로 나뉜다. https://brunch.co.kr/@jin1624/12)

의견이 다르면 부딪치고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고,
부딪치고 싸워도 좋게 풀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회사를 기점으로 사람들과의 충돌이 예상되면 한 발 빼는 태도를 가지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도전적인 태도도 잃은 것 같고요.

5. 소고 :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회사가 편하다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 처음에 입사했을 때 기뻐했던 이유는
상세페이지와 사진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있어서 였습니다.
스타트업은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 정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회사라면 다른 부분에서도 일정한 역량을 가지고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입사했어요.

 상세페이지라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였다는 것은 분명해요.
그러나 디자인과 사진을 제외하면 다른 역량은 많이 부족한 회사였어요.
업계에 대한 이해도, 웹에 대한 이해도, 마케팅이나 it기술에 대한 이해도... 모든 게 부족했어요.
의사에게 환자가 아니라 변호를 맡기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이제야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단점은 내가 채우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도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다.

 제가 원하는 팀의, 회사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어요. (하단 첨부한 이미지를 참고해주세요!)
설사 완전히 반대 방향의 화살표더라도, 모두가 모이면 하나의 방향성으로 보이는 팀과 회사를 바랐어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 다름을 인정하여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회사.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이상론이었는지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현실은 다 같은 방향을 바라봐도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기 어렵더군요. 각도가 1도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목적지를 가지는 것처럼요.

 회사를 찾을 때는 자신과 유사한 생각과 방향성을 가진 회사를 찾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회사를 찾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노력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 번째 보고서는 여기까지예요!
다섯 번째 보고서는 프리랜서로 살았던 1년 반에 대한 이야기예요! 
프리랜서로 겪은 어려움과 다시 회사를 다니고 싶다,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쓸 거예요!
그럼 부디 다섯 번째 보고서에서 다시 만나길!

댓글 6
  • 9년차 직장인_박네넵 2022.12.09 작성
    함께하는 여정, 운명공동체에 대한 낭만..!!
  • VavltvLQpdV6g3f 2022.02.12 작성
    대기업가면 개무쓸모임
  • 지두지 2022.02.12 작성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점..
    중소기업경영진은 매출을 손해보지않으려 하면서 최고의 과실을 내기 원한다..진짜 요즘 제가 딱 느끼는 부분이었는데 ㅜㅜ명확하게 잘 정리하셨네요..!
    글 더 써주세요 ㅎㅎ재밌습니다
  • oikAUV6GHYSMWQj 2022.02.12 작성
    저도 잦은 이직으로 오해를 사곤 하는데 아직 눈이 더 커져야할 필요가 있는것 이겠죠 ㅎㅎ 긴글인데도 집중해샤 잘 읽혔습니다 현재도 이직준비중인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B4Hd7WdgZISeH5G 2022.02.12 작성
    뭔가 되게 장문인데도 집중도 있게 글을 잘 쓰신 것 같아요 너무너무 잘읽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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