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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2 리더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22 리더가 될 사람은 따로 있다

영업 팀원 A는 성실한 직원이었습니다. 부지런히 거래처를 돌아다니고, 꼼꼼한 업무처리로 칭찬이 자자했죠. 그렇게 10년 정도 경력을 쌓았고, 영업 2팀에서 가장 선임이 되었습니다. 올해 영업실적에서 가장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고요. 그러다 팀장 공석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대표를 위시한 경영진 회의에서 인사팀장은 A를 팀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아무도 반대는 없었지요. A는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당연한 처사처럼 보였습니다.

 

모두들 A의 순조로운 출발을 예상했습니다. 영업맨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고, 팀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장이 되자마자 불만의 목소리가 팀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부적인 일 하나하나 간섭하는 이른바 '마이크로 매니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팀원들은 알아서 할 일까지 참견하는 팀장이 싫었고, 팀장은 성심껏 도와주려는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했습니다. 이런 일이 거듭되자, 팀 회의 때 의견을 내는 팀원이 거의 없어서 팀장의 일방적인 연설회가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팀 외부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팀장이 됐다는 것은 공식적인 보고 라인에 포함됐다는 것을 의미하죠. 보고는 시의적절해야 하는데, 때 늦은 보고로 상사인 이사에게 수차례 지적을 받았습니다. 보고서에도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팀원일 땐 단순 현장 위주로 보고하면 됐지만, 팀장의 보고서는 향후 대응까지 담아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했죠.

 

얼마 전에는 내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영업 1팀장과 언쟁이 있었습니다. 1팀장 왈, '작년에 목표 배분에 있어 본인 팀이 희생했으니 내년 목표는 2팀에서 양보를 하라'는 것이었다. 전임 팀장에게 인계를 받은 사항이었지만 A 팀장은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어린 자기를 깔보는 것 같아 회의에서 큰 소리를 내고 말았고, 양 팀장들 모두 감정이 크게 상하고 말았습니다.

 

성과 높은 사람이 승진해서 리더가 되는 건 당연한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일 잘하던 팀원이 유능한 팀장이 되지 못한 이유

우리는 <팀장이 되고 나서 두통이 시작됐다>편에서 로보트 카츠의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 스킬'에 대해 살펴본 바 있습니다. 하위직일 경우 실무적 능력이 중요하고, 고위직일수록 대인관계 능력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개념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입니다.

  

A 팀장은 분명 실무적 능력(기술적 능력)은 출중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인관계 능력과 개념화 능력은 부족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왜 이런 점을 고려하지 못했을까요?

 

첫째, 승진을 고성과자에게 주는 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고성과에 대한 보상은 이미 연봉 인상, 성과금 지급 등으로 다양합니다.

 

둘째, 직책 승진과 직위 승진을 동일시합니다. '직책'은 책임을 지는 자리이며, '직위'는 그 사람의 실무적 능력을 나타내는 등급과 같습니다. 팀이라면 그 사람이 부장이든, 대리든 모두 팀원이며, 그 팀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오롯이 팀장입니다. 연차가 오래된 부장이라도 팀원이라면 팀장과의 책임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직책 승진과 직위 승진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참고로 '파트장, 팀장, 본부장' 등의 자리는 '직책'이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은 '직위'입니다. '팀원-매니저-임원-대표' 등으로 직제를 단순화한 기업도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예전 연공서열 방식이 남아 있어 팀제와 부서제가 혼용된 직급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셋째, '리더'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사전에 정의되고, 합의된 기준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일 잘하는 사람 중에서 골라 리더를 시킵니다. 일 잘하는 팀원은 팀장이 되면 본인의 경험과 지식 위주로 팀원을 관리하려 들고 이는 마이크로 매니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에서는 리더가 가져야 할 스킬과 행동 양식에 대해 정의해 두고 사내에서 그런 사람이 없을 때는 외부에서 충원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누가 리더 자리에 어울릴까

‘퇴사자는 회사가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리더가 얼마큼 중요하고 직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지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회사에서도 리더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팀장 리더십' '중간관리가 리더십' 교육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정작 어떤 사람이 리더로 적합한지에 대한 사전적인 구상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팀장, 본부장 등의 리더를 잘 '선발'하는 방법은 뭘까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는 (현재 팀장, 본부장 등이 좋은 리더라는 것을 전제로) 갑자기 리더 자리가 공석이 됐을 때 누굴 앉힐까 생각해보는 겁니다.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만을 떠올리지는 않을 겁니다. 대개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업계 경험이 많고, 회사 근속연수가 긴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만 승진할 경우 조직의 연공서열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딱딱한 조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팀장이라면 나의 리더십 역량을 뒤돌아보고, 후임자가 누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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