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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1 귀찮은 연례행사가 된 인사평가

 [팀장으로 산다는 건] #21 귀찮은 연례행사가 된 인사평가

 

3년 전쯤 지인들과 경영 스터디 모임을 했었습니다. S그룹, H그룹, L그룹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모임의 주를 이루고 있었지요. 어느 날 스터디 주제와 관련된 사항이라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사평가 결과를 통보받고 나서 팀장이나 임원에게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나요?"

 

"...."

 

잠시 멈칫하더니 한 명씩 말을 꺼내기 시작했죠.

 

 

"입사 7년 차인데, 그런 거 받아본 적이 없어요."

"예전 회사나 지금 회사나 평가 결과는 통보식으로 받기만 했어요. 불만 있는 사람은 따로 면담을 신청하기도 하던데, 대부분 잔소리만 듣고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등급만 메일로 통보받았습니다."

 

  

 

방향성 잃은 인사평가 제도 

20XX 년,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돼 급히 전사 워크숍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여러 이슈 중에 '경영 성과금 배분 기준'이 있었지요. 워크숍에서 논의해 보니 성과금을 본인 기본급의 100%로, 일률적인 적용을 하자는 게 팀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전체 모수가 되는 성과금은 기본급의 100%가 총액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팀장의 기본급이 높다고 해도 성과에 따라 차등될 수도(더 받을 수도) 있는데, 그냥 100%라니, 여기 팀장들은 맘이 후한 건가?'

 

저녁 술자리에서 진상을 알게 됐습니다. 전년도에 성과급을 인사평가 등급대로 지급했더니 팀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팀장들은 회사를 대신해 욕받이가 됐고요. 팀원들하고 껄끄러운 대화를 하기 싫어 차라리 자신이 덜 받는 쪽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경영활동 중 '인사평가'만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사안도 없을 겁니다. 인사평가 제도에 대한 불만을 넘어 회사의 신뢰성에 의심을 갖게 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평가 지표가 주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 기준 수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평가 결과에 대한 리뷰 절차가 없다, 한번 찍히면 정성평가는 그대로 간다 등등

 

 

회사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고, 외부 인사평가 교육을 통해 자사에 어떻게 적용할지, 개선할지를 고민하는 거겠죠.

 

하지만 여전히 난제임은 분명해보입니다. 인사평가 제도 자체에 천착하다 보면 ‘주객전도’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독려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근시안적으로 제도적 측면에서 기술적인 문제들만 다루다 보면 애초 목적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멋진 제품을 만들었는데, 애초 원했던 쓰임새와는 전혀 다르게 성형되는 꼴이죠. 제도를 개선할 땐 평가는 평가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임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인사평가가 원래 의미를 찾으려면

일각에선 인사평가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제 LG,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등의 기업에서 기존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등 새로운 인사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도 등급별 상대평가 제도에 머물러 있고, 이런 제도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팀장 차원에서 인사평가를 원래 의미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나, 인사평가는 팀장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인식하고, 이를 팀 내부에 전파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사평가의 본래 목적을 분명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는 일회성이 아니고 일과 함께 늘상 일어나야 하며, 팀장은 이를 위해 관련 사항을 시의적으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팀원들에게 이런 생각을 정확히 주지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팀원들도 항시적으로 평가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을 겁니다.

 

둘, 인사평가 기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다.

정량평가는 대부분 전사 목표를 아래로 받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팀 목표는 다시 팀원 개인 목표로 쪼개지게 됩니다. 또한 정성평가 기준들은 상당히 모호해서 어떻게 해야 정성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지 아는 팀원들이 적습니다. 다음 해가 시작되기 전 에 수립된 기준들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새해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셋, 인사평가는 분기별로 1년에 네 번 진행한다.

인사평가를 연말에 진행하는 회사가 많은데, 이럴 경우 연말과 가까운 시점에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가 갈 수 있습니다. 이런 편향을 방지하고자 분기별로 진행합니다. 특정 시기만을 가지고 평가가 이뤄진다는 팀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평가결과의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넷, 인사평가의 핵심은 피드백이다.

단순히 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피드백이 아닙니다. 피드백이라는 건 팀장의 생각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청취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코칭'의 과정이라고 생각도 됩니다. 분기별 인사평가에 앞서 피드백을 먼저 진행해보시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래야 결과 시점까지 한 번 더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팀장은 평가의 기초 자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인사평가의 시즌입니다. 사실 인사제도는 '팀장' 레벨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전사적으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특정 팀만이 별다르게 시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족이 되도록 놔두기엔 너무나 중요한 활동입니다. 올해 인사평가는 어쩔 수 없더라도, 내년 목표에 대한 평가 활동은 금년이 가기 전에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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