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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11 어느새, 나도 꼰대 팀장?

[팀장으로 산다는 건] #11 어느새, 나도 꼰대 팀장?

 

 

부모님은 평생 검소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배우는 게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조언을 들었다면 삶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 제 아이에겐 매 시기 삶에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저를 피해 방으로 쏙 들어가면서 말했습니다.  

 

"아빠는 진지충 같아." 

 

아들을 위해서, 선의를 갖고 성심껏 충고했는데, 뭐가 잘못됐던 걸까요?

 

 

팀원들은 자꾸 꼰대라고...진짜 꼰대는 내 위에 있는데

 

1만 명 이상의 팀장이 회원인 네이버 카페 '팀장클럽'에는 팀원들의 근태 문제, 지시 불이행, 역량 부족 등과 관련된 고민을 토로하는 팀장들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옵니다. 특이한 점은 잘못을 크게 질책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순히 지적하는 것까지도, 소위 '꼰대'로 여겨질까 봐 우려한다는 점입니다. 팀원(부하)의 눈치를 보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팀원들을 리딩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요새 팀장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꼰대'로 인식될까 걱정하는 <팀장클럽> 내 게시글 일부. 

 

 

팀장의 어려운 환경은 이것 만이 아닙니다. 팀장의 상사인 임원은 대부분 '진성 꼰대'지요. 실적 회의 때는 과거 본인의 치적이 베스트 프랙틱스(best practice)가 되기에 십상입니다. 간담회는 일방 훈화를 듣는 자리가 되고요, 아이디어 회의의 결론은 결국 임원의 의견으로 귀결됩니다. 샌드위치처럼 위아래로 포위된 팀장의 형국이 안타깝습니다.

 

 

 "내가 꼰대라니!" 


신인류의 출현? 급변한 시대 먼저 살펴야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인류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입니다. 저는 우선 '세대'를 논하기 전에 '시대'가 급변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근대화에서 '군대 문화'를 빼고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병영국가처럼 운영됐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중고등학교에선 교련 과목이 있었습니다. 국가 행사에 국민들은 동원됐고,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 후 귀국하면 카퍼레이드 인도변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기업 문화도 군대 문화와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지금 50대 이상의 ‘임원 세대’입니다.

 

 

80년대 사무실 풍경. 출처 https://youtu.be/MI9MdU3owxg

 

 

당시 사무실 자리 배치를 보면 극명하게 직급순으로 앉아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리 위치가 권력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오늘을 견뎌내면 내일 저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연공서열과 상관없이 인력을 관리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팀장은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조직을 통제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한국만큼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되고, 공동체가 해체된 나라는 없습니다. 부모가 거의 모든 지식을 갖고 있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산업사회는 새로운 지식을 요구했고, 부모-자식 간의 주종관계는 단절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신기술은 부모와 자식 세대의 분리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지요. 이와 더불어 기존 지식은 급속히 진부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웬만한 지식은 다 검색되고, 공개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러니 기존 세대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요즘 것들은 회식에 개인 일정 핑계로 오질 않아', '우리 신입직원은 자기주장만 강하고 팀을 위해선 조금도 희생하려고를 안 해'라고 특정인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건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워라밸', '소확행' 등도 개인주의 성향이나 이기심 등으로 치부하기엔 시대의 영향이 큽니다.

 

 

이미 한국은 고성장 시기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현재 은행이자가 0.5%이지요. 거칠게 말하면, 성장률이 0.5%이고, 내 연봉은 연 0.5%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고령화에 퇴직 연령까지 늦춘다고 하니 젊은 세대가 조직 내 성공을 꿈꿀 수가 없게 돼가고 있습니다. 시대적인 변화를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 밀레니얼 세대를 포용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팀장 세대'로

 

현재 팀장 세대는 예전 같으면 훗날 임원이 돼서 선배들이 누린 권리를 향유할 수 있었겠지만, 시대가 너무도 변했습니다. 저는 감히 팀장님들이 구시대의 막차를 타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단 새 시대의 첫차를 타시라 제안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트랙으로 갈아타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나만 옳다는 생각을 접어 둡니다. 어제까지 업계의 전설이었을지 몰라도 내일도 그러리라 보장은 없습니다. 세상이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기후변화, 인구감소, 고령화, 코로나까지... 모두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 변화입니다. 내일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커리어를 가지고 너무 큰 자만에 빠져 있지는 않나요?

 

따분한 회의 중간에 관련된 본인 실수담을 한 번 얘기해보시길 바랍니다. 팀원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지요. 새로운 권위는 내가 세운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격의 없이 내게 접근할 수 있어야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둘째, 누구든지 내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배울 게 있습니다. 그들이 부족한 것은 경험이지, 지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는 팀내 학습 구조를 만든다면 원활한 의사소통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입니다. 새로운 휴대폰 어플이나 유명한 유튜브 동영상이 뭔지 젊은 팀원들에게 물어 보십시요.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요즘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는 어딘지 알려 달라고 해보십시오.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인정하고, 부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셋째,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빨리 인정합니다. 리더는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 의식을 가진 팀장들이 적지 않습니다. 완벽한 모습으로, 정확한 해답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전 팀원 하나가 출장 중 제 방으로 쳐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저에 대한 불만을 한참 토로하고 휑하니 돌아가 버렸습니다. 한동안 멍하더군요. 정말 창피했습니다. 며칠 고민 끝에 불러 제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 후 그 팀원은 합이 제일 잘 맞는 동료가 되었습니다.

 

넷째, 팀원 간의 비교는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몇만 모여도 서로들 비교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해서 남을 식별하는 게 본능일 수도 있습니다.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난하는 습관이 진짜 문제입니다. 사람은 다양하며, 잘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마련입니다. 업무 태도나 실적이 부진한 팀원과 면담할 때, 이렇게 질문해보십시오. "너는 작년의 너보다 얼마나 발전해있나?" "너는 팀을 위해 이번 달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가?" 진짜 비교의 대상은 본인 자신입니다.

 

다섯째, 개인 사생활엔 개입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친해졌다 싶으면 호구조사를 시작하고, 어쭙잖은 조언을 해댑니다. 본인 조언에 동의하지 않으면 기분 나빠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팀원과 일을 매개로 만났습니다. 일이 중심이고, 그 밖에 것들은 부수적입니다. 사생활 같은 부수적인 것들이 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생활에 간섭하거나 충고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본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요.

 


팀장의 새로운 행동 원칙

 

얼마 전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꼰대 육하 원칙'을 아래처럼 변형시켜 봤습니다. 팀원을 중심에 놓고, 관심과 배려, 코칭의 관점으로 바꿔봤습니다. 관점을 바꾸면, 시야가 넓어지고 팀원들도 새롭게 보입니다. 아들에게 제가 생각하는 바를 무조건 주입하려던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됩니다.

 

 

ⓒ김진영

 

변화가 있으려면 다소간에 희생이 요구됩니다. 새로운 권위의 모델을 형성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 후 임원이 돼서 실질적인 경영진에 오른다면, 조직은 더욱 일하기 좋게 변화돼있을 겁니다. 또한 지금 팀원들이 팀장 자녀들의 상사가 되는 걸 생각한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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