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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그만 둔다는 팀원... 어쩔 것인가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그만 둔다는 팀원... 어쩔 것인가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 했던가. 직장에 100% 만족하며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봉이 높은 회사, 비전 있는 회사, 좋은 동료들이 있는 회사 등 양호한 조건에서도 그렇지요. 팀장의 '사람 관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억지와 억측에서 벗어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내 팀원이...

 

"팀장님 드릴 말씀 있습니다." 팀원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보고할 것도 없는데 갑자기 면담 요청이라니. 뭔가 쎄합니다. (표준어는 아니지만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네요) '혹시'가 '역시'로 바뀝니다. 

 

 

그동안 팀원이 퇴사한다고 할 때마다 원인을 찾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사가 마음에 안 드나?' '동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가?' '내가 뭘 서운하게 했나?' 등. 왜 하필 '내 팀원'이 그만둔다는 건지, 답을 찾아 '유레카!'를 외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면 좋으련만 계속 질문만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경험상 신입직원 30~40% 가량이 입사 후 3년 이내에 퇴사합니다. 면담도 하고 편하게 얘기하라고 술자리도 갖지만 예비 퇴사자는 쉽사리 입을 열지 않습니다. 상사인 본부장은 왜 또 나가느냐고 팀장만 닦달을 하죠. 팀원의 퇴사는 인사 팀장의 호출로 이어지고, 마치 취조를 하듯 질문 세례를 받습니다. 하지만 퇴사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미궁에 빠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고 맙니다. 대부분 회사에서 대략 이런 방식으로 퇴사 절차가 흘러갑니다. 퇴사자들이 많을수록 퇴사자 처리는 일상처럼 만성화돼 더 이상 주목할 만한 일도 아니게 됩니다.    


팀장인 나를 위해 퇴사 이유 꼭 들어야

 

팀원이 퇴사를 하겠다고 하면 진짜 이유를 듣는 게 좋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팀장 입장에서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 당장 써먹을 팀원 하나를 잃게 될 판이니까요. 회사 비전 문제나 급여 이슈라면 팀장이 아니라 회사 대표나 인사팀이 신경 써야 할 문제지만, 그 외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퇴사자 대부분이 '연봉이 적어서' '회사가 마음에 안들어서'라는 핑계를 대기 일쑤입니다. 이런 핑계의 포장을 벗겨내고 속에 있는 진짜 이유를 읽어야겠지요. 퇴사 이유는 복합적이기 마련입니다. 속마음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지극히 개인적인 요소들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현상을 보고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회사는 다양성을 발현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런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성과를 창출하는 곳이지요.  

 

반드시 붙잡아야 할 팀원이라면 여러 번 면담을 진행하며 설득해봅니다. 끝까지 꽁꽁 숨겨두는 경우도 있지만, 서너 번 얘기하다보면 지쳐서라도 속마음을 털어놓게 돼 있지요. 그간 들어본 진짜 퇴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은 제외하고 정리했습니다) 

  

-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없다 

- 대학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는 느낌이다  

- 하는 일이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 몇 년 더 있는다고 해서 성장할 것 같지 않다  

-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다  

-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성과가 나지 않는다  

  

면담 시, 저는 퇴사 후 기회비용을 언급하며 설득하곤 합니다. '이 회사가 이래 보이지만 이러저러한 장점이 있고, 그래서 당신이 다른 곳을 찾는다면 어떤 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잦은 이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설득할 때는 내용뿐만 아니라 '태도'도 중요합니다. 명료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설득돼 회사에 남았을 때 동상이몽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보내기 싫어도 설득하며 비굴해질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재작년 팀에서 가장 신뢰하던 팀원이 갑자기 그만둔다며 바로 사직원 결재를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본부장님께 꼭 잡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서 둘이 술을 먹었습니다. 한 다섯 시간 정도 마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마음을 돌리진 못했습니다.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팀원이 계속 다니겠다며 사직을 번복했습니다. 그땐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팀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팀장님 말씀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 회사와 이직할 회사를 좀 더 비교해봤더니 연봉 몇 백 인상되는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람은 다양합니다. 여러 사람을 기준에 맞춰 쓸모 있게 활용하는 사람이 팀장입니다. 사직서를 들고 온 팀원을 감화 감동시켜 잔류시키고, 성공으로 이끌면 최상이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을 겁니다. 팀장이 감당할 수 있는 이유인지 들어보고 기회비용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얘기를 건네는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고의 인재는 재입사자? 

 

다행인지는 몰라도 퇴사하는 사람보다 입사하려는 사람이 많은 게 요즘 세상입니다. 설득이 어렵다면 빨리 대체 인력을 뽑아야겠죠. 놓치기 싫은 인재라고 무리한 설득에 나섰다가 쓸데 없이 악감정만 쌓일 수 있습니다. 괜히 사회에 우리 회사를 싫어하는 나팔수만 하나 늘게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종종 퇴사자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좋게 나갔던 나쁘게 나갔던 대부분 반갑게 전화를 하고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때때로 그 자리에서 진짜 퇴사 이유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드물게 감사팀이 들어야 할 얘기를 털어놓는 친구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친구에겐 슬쩍 복귀 의사를 타진해봅니다. 경쟁사에서 배운 것입니다. 그 회사는 퇴사자를 재입사시키기로 업계에서 유명(?)했습니다. 언젠가 대표에게 이유를 물으니 "바로 쓸 수 있는 인재가 관련 업계 정보와 기술까지 가지고 다시 찾아오니 일거양득 아닌가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회사 퇴사자들은 혹시라도 재입사를 할 수도 있으니 외부에 함부로 회사 험담을 할 수가 없죠. 또, 퇴사자들끼리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적극적인(?) 퇴사자 관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사람이 필요한데 쌓여 있는 이력서 중엔 쓸 만한 인재가 안 보여 답답하신 팀장님 계신가요? 어쩌면 퇴사자들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 

 

 

■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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