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rip일까, Business ‘Trip’일까? 

 오늘은 일반적으로 로망을 가지고 있는 해외출장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 역시 회사마다 확연히 달랐습니다. 다들 조금씩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었죠.

모두가 기피하는 A사의 해외출장

보통 해외출장이라고 하면 다들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외출장이 많다는 점이 리크루팅시 중요한 고려요소이기도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A사에서 해외출장이란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해외영업, 해외마케팅 직무라면 자주 나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말입니다.

A사 해외출장은 정말 빡세기로 유명합니다. 이미 출장 가기전에 사전준비만 해도 치밀해서 숨이 막힙니다.  A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목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출장 가기 전에 최종 결과물과 성과의 90% 이상이 완성 혹은 결정될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출장이란 사실상 나머지 10%를 완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협상인 경우에는 Plan A부터 Plan Z까지 중 회사에 최대한 유리한 안을 현장 분위기에 따라 확정을 짓고, 시장조사라면 해외출장을 통해 사전에 조사한 자료와 임플리케이션, 인사이트를 재검토하고 확인, 수정하는 것이죠. 

사전 준비를 그렇게 철저히 해도 매일 아침 일정과 준비상황 체크하고 그날 진행상황과 방안에 대한 리마인드로 시작해서, 모든 일정이 끝난 후에는 Wrap up 미팅을 하고 그 결과를 다시 반영해서 다음날 미팅이나 일정을 준비합니다. A사에서의 해외출장은 '일은 똑같은데 사무실이나 상대하는 사람만 해외다'라는 푸념을 훌쩍 넘어서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잠도 더 못자고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저녁시간에는 미팅 상대방들과의 비즈니스 디너, 법인이나 이해관계자 사람들과의 일정 등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Wrap up 미팅 등은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새벽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해외출장 나가서 우아하게 그 나라 음식 먹고 관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만큼 출장일정 자체도 타이트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여행과 다를 바 없었던 B사의 해외출장

반면에 B사의 해외출장은 A사에 익숙하고 그렇게 습관된 내게 완전 충격이었습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건 뭔가 싶은 것들이 하나 둘 드러났습니다. 

B사는 출장 준비와 목적에 맞춘 결과물 보다 어떤 비행기를 타고 가고 어떤 날과 시간에 출발하고 어떤 호텔에 묵고 현지 도착하면 저녁에 무엇을 할 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나이와 직급, 사적인 친밀도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끼리끼리 뭉쳐서 밤에 놀러 나갈까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비즈니스 디너도 최소화하고 Wrap up 미팅은 대충 생략하고, 오전 미팅이나 다음날 준비도 거의 없었습니다. 일정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현지 맛집이나 클럽에서 즐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장일정은 A사에 비해 훨씬 더 길게 잡고, 같이 어울릴 출장멤버를 어떻게 해서든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로 채우고, 그렇게 멤버를 구성하고 놀아서 서로 한배를 타서는 뒷말이 안나오도록 하면서 점점 더 사적관계를 단단히 하고, 출장 이후에는 결과물에 대해 모두가 입을 맞춰서 이야기합니다.

일정이 늘어나니 비용도 같이 느는 것은 당연하고, 무엇보다도 관광이나 유흥이 중심이 되다 보니 중요한 협상 자리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조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협상 준비도 미흡해서 상대방에게 끌려 다니고 회사 입장에서 안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B사의 이런 관습이 업계에 소문나다 보니 어떨 때는 협상 상대방 측에서 B사 관계자들이 실컷 놀 수 있도록 접대까지 합니다. B사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이 서로 해외출장 가겠다고 친한 사람들끼리 해외 여행 준비하듯이 건수를 만들었습니다.

A사와 B사가 양 극단에 있는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실상 B사에 가까운 곳이 많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B사에 재직하던 당시, A사 습관대로 행동하는 저를 보면서 탐탁치 않아 했던 것이 이해는 갑니다. 

지금도 B사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합니다. 소수가 아니라 전체 분위기가 이렇게 자리 잡으면 문제 의식이 있을 수가 없죠. 문제를 느낀다고 해도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어울리다 보면 어느덧 공범이 되어 있으니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분위기가 자리 잡는 것이기도 하구요.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A사와 사뭇 대조적인 평가를 받는 B사를 보면, 비즈니스 경쟁력이나 기업 성장이라는 것이 거창한 전략으로만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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