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보고서4. -그래도 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였던 디자인 회사의 첫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회사생활보고서 4. 입니다!이번에는 그래도 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였던 디자인 회사(에이전시)에서의 이야기에요!1. 스타트업에 염증이 났던 시절 네 번째 회사라고 소개합니다만, 실은 여기조차도 중간에 한 회사가 있었고, 친구들로부터 영입 제의들을 받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스타트업에 질려버렸어요. 이유라면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형태들에 신물이 났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다음 회사는 매출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로 가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2. 나는 어쩌다 이 회사를 들어갔고, 이 회사는 어쩌다 나를 뽑았을까? 스타트업에서 그래도 한국 최고의 투자자분들을 만났었고, 대기업의 경영진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제 경력은 보잘것없었습니다.그나마 직무를 분류해보자면 서비스 기획자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성공한 서비스가 하나도 없었으니까요.그래서 눈을 낮춰 에이전시의 웹 기획자로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서비스를 만들 줄 안다면, 에이전시에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정도는 쉬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실제로는 웹 기획자로의 경력이 없었죠. 네 번째 회사는 쇼핑몰의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디자인 회사였습니다.온라인 쇼핑을 하시면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사용방법 등이 나열된 긴 이미지 파일을 보셨을 텐데요.이런 이미지를 상세페이지라고 말합니다. 이 회사는 상세페이지라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 할 수 있었죠.저도 상세페이지의 디자인과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지원했습니다. 특히 사진이 마음에 들었어요.마켓 컬리가 사진을 서비스에 중심에 뒀던 것처럼, 앞으로의 UX는 사진이 지배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이 회사의 디자인 실력이면 분명히 성장할 수 있고,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반면, 이 회사에 갈 수 있었던, 이 회사가 저를 뽑았던 이유는 회사가 웹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일 겁니다.그렇기 때문에 웹 기획자로 경력이 거의 없는 저를 뽑았다고 생각해요.웹 제작은 주로 외주로 맡겨졌고, 내부에서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것은 제가 입사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니까요.웹 디자이너는 3명이나 있었는데, 1명의 개발자, 기획자도 없었습니다.그래서 웹 제작 쪽에서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저를 뽑았다고 생각합니다.정상적인 웹에이전시에서 웹기획자로 저를 뽑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요.웹 기획자로 지원했는데, 저를 뽑은 이유는 아마도 제 포트폴리오에 외주로 만들었던 몇몇의 홈페이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기획자가 웹사이트 개발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회사...)3. 그리고 나는 굴려졌다(...) 여기에서 저의 R&R을 나열해볼게요.웹 PM, 프런트 앤드 개발자, 웹 기획자, 전략 기획자... 정도가 제 메인 롤이었다고 볼 수 있고,실제로는 마케팅 기획이나, 일부 디자인, 회사의 리브랜딩도 추가적으로 했습니다.회사의 노동 규칙 제정이나 인재상 정의, 인사 기획까지도 참여했죠.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토 나오게 굴려졌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웹팀의 장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것만도 버거웠어요.3명의 디자이너에 혼자 기획과 개발을 맡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죠.PM으로 클라이언트와 조율도 해야 해서, 회사 외부 미팅도 잦았습니다.그러다 보니 점점 기획은 디자이너들이 가져가는 형태가 되었고, 팀원들이 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어요.(기획을 떠넘기는 기획자, 팀장이 좋게 보일 리가...) 그냥 단순하게, 3명의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것을 1명의 개발자가 개발한다고만 해도,제 업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제가 개발자로 경력과 경험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힘들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습니다.맨먼스(1인이 1달 동안 일할 수 있는 작업량. 공수. 이 문맥에서는 인력 투입 대비 매출의 의미로 사용)상 우리 팀은 겨우 본전 치기 중이었거든요.겨우 본전 치기를 하고 있는 팀의 장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맨먼스가 아니라 맨몸스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죠.견적은 고정되어 있고, 디자이너는 3명인데 개발은 저 혼자 해야 했으니 더 빨리 만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어요. 디자이너들이 반응형 웹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디자인 자유도는 무척이나 높아서 페이지 하나하나를 코딩하고, 반응형 디자인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습니다.회사는 야근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사실 이것도 입사 이유 중에 하나였는데!) 집에 숨어 업무를 처리해야 했습니다.전사가 쉬는 샌드위치 휴무일(연차 쓰고 집에서 일함...)도, 공휴일과 주말도, 심지어 어머니가 수술하시는 날에도저는 일해서 맨먼스를 맞춰야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책임을 지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에요.회사가 그것을 강요했다는 말이 아닙니다.오히려 제 역량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다른 큰 일을 해보자라고 말씀해주셨어요.(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었...)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이익금을 늘리기 위해서 구조화, 효율화가 필요했고단순히 작업량이 많은 사람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구조화, 단순화해나갈 사람은 저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세운 전략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 있고,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구조화, 단순화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할 수 없었으니까요.(그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연봉을 이 회사는 주지 않아!)구조화, 단순화가 이루어지면, 저는 또 다른 성장성을 만들려 했고요. 이게 전략 기획자의 롤이죠. 허황된 이야기는 아닌 게, 이 전략에 성공한 경쟁기업도 있었고, 경쟁 기업은 저희 회사보다 매출이 5배쯤 됐어요. (계획이 허황된 게 아니라 제가 능력이 부족했...) 전략 기획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구조화가 불가능한 디자이너(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내지만, 구조적 제약으로 자유도를 낮추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디자이너들이었어요.)를 보유하고 있어 팀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어요. '우리 디자이너는 구조화에 적합하지 않은 디자이너고, 이익금을 늘리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이 팀은 구조화에 어울리지 않으며, 맨먼스를 악화시킬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팀의 맨먼스는 죽어라 유지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순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팀원들에게는 미움받고, 경영진으로부터는 이해를 못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실제로 이 회사를 퇴사한 지 꽤 지났는데, 지금도 웹팀의 맨먼스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퇴사한 이유도 이것이었습니다.죽어라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팀장이었고,경영진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전략 기획자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당시의 저는 그래도 스타트업 스피릿이 남아서, 연봉과 복지보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그러나 그 마음은 어디서도 보답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했죠.(팀원과 회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저의 스타트업 스피릿을 회사에 강요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생각해요.)네번째 회사의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다음 이야기는 제가 왜 회사생활보고서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제가 잘 전달하지 못했던거 같아 조금 자세히 (구차하게) 설명하게 될거 같아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뵈요!
IT 히어로 힝맨
2021.12.2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