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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in 생활백서

퇴사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 딱 한가지 생각해볼 점

 

퇴사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 딱 한 가지 생각해볼 점


 

 

성격 분석에 기반해 커리어 조언을 하는 미매뉴얼 서비스를 하다 보면 이직이나 상사와의 갈등을 호소하시는 분들의 자세한 사정을 듣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정말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겠다, 진짜 답이 없겠다 싶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상사에, 근로기준법 따위 깡그리 무시하는 회사나 오늘내일하는 회사는 정말로 계속 다녀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당장 퇴사해야죠.

 

그렇지만 어떤 이야기는 듣다 보면 '지금 시점에서 퇴사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짜증 나고 답답하고 힘겹다는 것 이해합니다. 남이 볼 때는 별 일이 아니지만 정작 자기 입장에서는 손톱 밑에 찔린 가시도 고통스러운 법이니까요.  

 

오늘은 회사에서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감정과 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과정

 

분노, 짜증, 우울, 불안 같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감정은 발생되는 과정이 실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노, 짜증, 우울이 생겨나는 과정과 실제 내 속에서 발현되는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이 원인을 제공함 → 감정이 끓어오름 → 내가 화났다는 걸 인지함"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이 화나게 만듦 → 화난다고 '생각하기 시작'함 → 정말로 화가 남"

 

어떤 차이인지 감이 오시나요?

 

가령 평소에 생활하면서, 혹은 오며 가며 팔이나 무릎에 생긴 생채기는 우리에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가 상처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상처에서 오는 통증도 느껴지지도 않을 뿐더러 그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는 내가 실제로 화가 나서 화를 내는 내 모습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났다고 '생각'하거나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와 짜증을 느끼는 겁니다.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한 번 해볼까요.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올리지 마시고 그냥 화나 짜증 같은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해 보세요. 잘 안될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열 받게 만들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감정을 끌어올려보세요. 훨씬 쉽습니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인지가 감정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깁니다. 

 


 

 

지금 사무실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을 쥐 잡듯 잡는 상사가 있다고 해봅시다. 

 

누군가는 그 상사에게 쩔쩔맬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상사의 모습에 황당하고 분노를 느낄 테지만 어떤 누군가는 그냥 별 관심 없는 태도를 보입니다. 

 

상사가 사라지고 난 뒤의 태도를 보면 더 선명하게 나뉘죠. 한숨 쉬거나 울상을 짓는 사람도 있고 삼삼오오 모여 상사 뒷담화를 하는 무리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듯 하던 일에 집중합니다. 

 

상황 자체는 모두에게 동일했지만 각자의 머릿속에 다른 모습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뒤에 나타난 감정도 다른 것입니다. 

 

잠깐, 설마 모든 게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일체유심조 뭐 그런 좋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냐구요?

 

물론 아닙니다. 생각이 감정을 앞서가기 때문에 자기 머릿속에서 화가 나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감정을 느끼지 않거나 통제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잘 안됩니다. 게다가 우리가 무슨 스님들처럼 수련할 것도 아니구요. 

 

그럼 지금까지 왜 생각과 느낌에 대해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드린 걸까요?

 

 

2. 감정의 자동화가 일으키는 효과

 

우리가 '자동화'가 잘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특정한 생각과 감정이 분리되지 않을 만큼 일체화되어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면 내 머릿속에는 '화가 나는 상황이다, 억울한 상황이다'같은 사고가 떠오르면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죠.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자동적이고 패턴화 된 반응입니다. 게다가 반복적이기도 해서 특정한 자극이 주어지면 인지할 틈도 없이 바로 감정으로 직행해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사고가 감정에 선행한다는 말 또한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죠. 내가 싫어하는 상사나 그와 닮은 사람만 봐도 짜증이 나고, 월요일 아침만 되어도 괜히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입니다.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된 기계인지라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은 의식의 개입 없이(= 굳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처리합니다. 의식을 개입시켜 생각하고 요모조모 따져본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거든요. 중요한 사안에는 에너지를 투입해서 깊게 생각하지만 내가 평소에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일은 굳이 의식하지 않고 내 몸이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감정 역시 이런 자동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게 되며, 이를 분리해내지 않으면 결국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애정이나 공포는 감정보다는 본능의 영역입니다. 내가 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거나 무서워해야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성이나 인식의 통제 밖에 존재하는, 생존과 본능의 영역입니다.)

 

부정적인 감정, 특히 급격한 분노나 참을 수 없는 불안, 한없이 무너지는 우울감 등은 그 자체가 생명력이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나의 사고와 인지가 생명력을 불어넣은 감정입니다. 이 감정들에게 기인한 ‘답답함’, ‘짜증남’, ‘힘겨움’ 같은 감정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대놓고 하는 상사 혹은 오늘내일하는 회사 등 명백한 문제가 아닌데도 내가 견딜 수 없는 감정을 회사에서 느끼고 있다면 사실은 나 스스로가 나를 괴롭히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오랜 기간 학습하고 반복해서 내 머릿속에 자동화된 감정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미매뉴얼에 커리어 어드바이스를 요청하신 분들께 '이직하셔도 지금 회사에서 겪는 문제를 반복할 위험성이 큽니다.'라고 조언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3. 감정의 자동화 해결하기 

 

일단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고와 감정 사이에 자동화, 패턴화 된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겠지만 도 닦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체를 최대한 움직여서 부정적 감정을 약화시키는 것이지요.  

 

한 30일 정도 매일 2~3시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 모두 일하게 하면 아무리 튼튼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우울증과 유사한 상태가 됩니다. 한 3개월 정도 반복되면 정말 어떠한 의욕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죠. 소위 번아웃이라는 상태입니다. 

 

아무리 우리 의식이 중요하고, 감정이 중요해도 인간이 동물인 이상 신체 상태가 의식과 감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아프면 착해진다는 말도 똑같습니다. 몸이 아픈데 이성으로 인식하고, 이걸 감정으로 밀어 넣을만한 에너지가 없으니 착해질 밖에요. 

 

부정적 감정에 대한 해법 중 신체를 쓴다는 말은 이런 번아웃의 이유를 반대로 쓰는 거죠. 

 

정해진 시간에 충분히 자고, 편안하게 식사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지지 않게 몸을 일정 수준 이상 움직이는 겁니다. 특히 가벼운 산책이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운동을 하는 건 ‘생각’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정서를 환기하고 생각이 너무 자기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저기 실험에서 계속 확인되는 것이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신체활동은 과하지만 않다면 인간의 창조성을 높여줍니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해법을 나 스스로 생각해낼 여지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또 이렇게 해서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고, 몸과 마음을 챙기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감이 조금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해놓고 고작 해법이라고 내놓는 게 운동이냐 싶으시겠지만, 삶을 규칙적으로 살고, 매일 꾸준히 적당한 운동을 하는 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다 아는 방법이니까 틀린 것이 아니라, 다 아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겁니다. 그럼에도 이 방법을 잘 안 쓰는 건 그 자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걸 지키려는 노력은 내 감정을 붙잡는 데 사용하는 내 마음속의 도구와 같은 것입니다. 자기 통제력이라고 부르는 도구죠. 

 

뭔지 모르겠고, 객관적으로는 회사와 일에 별 문제없는데도 

너무 힘들고 지치고 우울하고 짜증 나서 퇴사하고 싶으시다면 

이직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딱 1달만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시고 운동을 매일 해보세요. 

 

그 한 달이 지난 뒤에도 퇴사하고 싶다면 그때 준비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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