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페이지

JOB스토리

[팀장으로 산다는 건] #15 브레인스토밍은 이제 그만

[팀장으로 산다는 건] #15 브레인스토밍은 이제 그만 


찬 바람이 불면 슬슬 '워크숍' 공지가 올라옵니다. 다음해 사업계획 수립 논의에 더해 신규사업 검토나 영업전략 리뷰 등 아이디어를 모아야할 때가 됐다는 얘기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인 아이데이션(Ideation)의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떠올리실 겁니다. 낡고 오래된 느낌이 들지만 사실 브레인스토밍 자체가 지향하는 바는 긍정적인 면이 적잖습니다.

 

 

“워크숍 브레인스토밍, 성과 내기 어려운 이유”

영어사전에서 'brainstorm'을 찾아보면 '무언가 논의하기 위해 모이다' '머리를 모으다'라고 나옵니다. 평소엔 '머리를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워크숍이라는 별도 행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일상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교외로 워크숍을 가는 것이죠.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진행하지만, 워크숍의 브레인스토밍은 애초 목적과 달리 아이데이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1)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

시간과 장소는 달라졌는데, 워크숍에 모인 '사람'은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상사가 있다면 분위기가 그대로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평상시 접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낮섦이 부자연스러운 논의를 낳기도 합니다.

 

(2) 진행 과정의 미숙함

브레인스토밍의 최대 목적은 아이디어의 '질'이 아닌 '양'입니다. '저런 아이디어까지... '라는 생각이 들어도 접수해야 합니다.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는 순간, 브레인스토밍은 정지하고 맙니다. 따라서 회의 진행의 엄격한 룰을 감독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발언 자체가 회의의 중심

아이디어의 표출방식이 '말'이기 때문에 소위 말발이 쎈 사람들 위주로 주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표출하기 쉽지 않습니다. 결국 묻어가는 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의 대안 ‘브레인라이팅(Brain Writing)’

브레인스토밍이 잘 돼서 많은 아이디어가 수집됐다 해도 문제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구난방, 백인백색 아이디어를 추려서 실제 적용할 것들을 결정하는 것도 큰일이죠. 이렇다 보니 브레인스토밍 후에 바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결국 최종 결정은 높은 분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곤 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은 했으나 의사결정 방식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는 셈이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입니다.

 

소규모 분임토의 방식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인원이 많은 경우 여러 개의 분임조를 운용하면 됩니다. 우선 6명 1개 조로 편성합니다. 그리고 주제와 하위 구분이 적힌 용지를 배포합니다. 주제별로 각자 맨 위 칸(1, A, 가)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써넣습니다(한 라운드에 3개 아이디어). 작성 시간은 라운드별로 5분으로 제한하고, 시간이 되면 옆 사람에게 용지를 전달합니다. 다음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위에 적힌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 기재합니다. 이론적으로 30분(5분X6명)이면 아이디어 수집이 끝나고, 6라운드 이후엔 아래와 같이 아이디어로 가득 차게 됩니다.

  

브레인라이팅 사례 @김진영

  

이제 아이디어 중 실제 적용할 만한 것들을 추려볼 차례입니다. 전체를 놓고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때 '쌍대비교법'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일대일로 비교하는 게 핵심입니다.

 

아래는 제가 해외 프로젝트를 할 때 설명했던 실제 자료 중 일부입니다. IT시스템 컨설팅으로 현황분석이 끝나고 구축이 필요한 시스템 모듈(하위 기능)을 결정할 시점이었지요. 20개 가까이 후보가 있었기 때문에 다 늘어놓고 골라보자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충분히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었죠. 그래서 '1:1 쌍대비교법'을 제안했습니다. 구글에서 해당국의 미남미녀 사진을 모아두고 "왼쪽처럼 많이 있으면 제일 잘생긴 사람을 고르기 힘들다. 근데 (오른쪽처럼) 일대일로 비교하면 쉽게 한 명을 고를 수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들의 큰 웃음 속에 1시간도 안 걸려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쌍대비교법 설명 (세르비아 미남미인) @김진영

  

위에서 살펴본 3가지 하위 구분 아이디어를 일대일로 비교하면서 평가치를 적습니다. 둘 중에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에 '1', 그렇지 않은 쪽에 '0'을 기입하고 완성되면 합산해서 높은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아래 사례는 구축할 IT시스템의 세부 모듈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쌍대비교했던 10명의 결과값을 취합한 결과입니다. 이런 방식이면 아이디어 도출부터 선정까지 누구나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구축 우선순위 정하기 @김진영

  

“참여가 실행 결과를 결정”

브레인스토밍은 긍정적인 측면이 충분히 있음에도 기업문화와 상하관계에 따라 큰 효익을 거두지 못한 가능성이 큽니다. 직급, 성별,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실제 브레인라이팅과 쌍대비교법을 내외부 프로젝트 시 적용해본 결과 기존의 의사결정 방식보다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똑같은 의사결정 결과에도 그 실행에 있어 차이를 가져오는 포인트가 '참여(engagement)'라고 봅니다. 특출난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지만 내 의견이 포함돼서 논의되고, 여러 사람이 평가한 끝에 결정이 되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 참여자들이 갖는 관심은 높을 것입니다. 뭔가 의사결정했다는 것은 이제 막 실행의 스타트라인이 선 것이고, 트랙으로 내달릴 사람은 참여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필자 김진영 (jykim.2ndlife@gmail.com) 

■ 정리 인터비즈 박은애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22년 동안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 공공기관 등을 거치며 주전공인 전략기획 외에 마케팅 영업 구매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최근엔 개도국 전자정부 컨설팅부서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고 있다. '성장과 발전은 끝이 없다'를 신조로 삼고 있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조직에 학습조직을 만들고 사내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조직 변화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팀장클럽>에서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연재하고 있다.


팀장클럽
| 팀장에게도 사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 100만 팀장의 일상과 고민, 성장을 돕습니다
| No임원, No팀원, 오로지 팀장만을 위한 공간
| (https://cafe.naver.com/teamleadersclub)
#직장백서생활백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