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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사태' 촉발한 국민銀 주전산기 교체…의미는>

연합뉴스2017-02-02

< 'KB사태' 촉발한 국민銀 주전산기 교체…의미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이 차세대 주 전산기를 도입하면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을 선택했다. 3년 전 사상 초유의 회장·행장 동반 사퇴로 이어진'KB사태', 그 단초였던 IBM 메인프레임과 결별하게 된 것이다.
KB금융 내부에선 이번 결정을 단순한 전산기 교체를 넘어 후진적 지배구조와 고질적 '낙하산' 관행의 극복을 상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 9월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동반 사퇴라는 참사로 결론난 KB사태의 시작은 주 전산기 교체 이슈였다. 논란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의결했던 그 해 4월 24일 국민은행 이사회 때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교체 결정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 오류와 왜곡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기존 안으로 주전산기가 교체될 경우 심각한 전산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이사회 다른 멤버들은 이미 1년 전부터 논의해 온 안건이라며 관철시키려 했다.
심각한 결함 우려에도 재논의 주장이 은행 사외이사들에게 연거푸 거부당하자, 이 전 행장과 정 전 감사는 ▲시스템 변경 과정 리스크의 의도적 배제 ▲시스템 전환 결정 과정의 불공정성 ▲비용 절감 효과의 왜곡 등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내부 갈등이 밖으로 불거지게 된 것이다.
사건은 표면적으로 은행 내부에서 벌어진 행장과 사외이사들의 대립이었지만, 금융권에선 1년여간 지속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반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유닉스 교체 보고서의 왜곡을 지주사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였던 김재열 전무가 주도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자율 규제장치였던 은행 사외이사들 역시 임 회장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에도 파장을 미쳤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주 전산기 사태의 관리 책임은 물론 이전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불법대출 등까지 명분으로 삼았다. 자진사퇴했던 이 전행장과 달리 임 전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버텼다.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던 KB사태는 금융위원회가 다시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내린 뒤에야 일단락됐다. 씁쓸한 결말이었다.
KB사태는 한 금융회사의 파행이 아니었다. 재무관료 출신의 회장과 '연(硏)피아'(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의 행장이 대립한 낙하산들의 갈등이었다. 당시 잇단 실책으로 입지가 좁아졌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이를 불편하게 여겼던 금융위원회의 '기싸움'도 한 몫했다. 금융권에 드리운 관치의 민낯과 후진적 지배구조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기도 했다.
주 전산기 교체를 앞두고 KB사태가 금융권에서 다시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금융은 2014년 11월 윤종규 회장 선임 후 경영 정상화와 잇단 M&A 성공을 통해 환골탈퇴하고 있다. 이번 주전산기 교체 시도 역시 이 같은 KB사태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윤 회장은 임원들에게 "시스템 선정 과정에서 어떠한 잡음도 나오지 않도록 신중히 추진해 달라"고 수차례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차세대시스템 도입은 단순히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담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주전산기 교체는 그동안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