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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27) 영하 163도 세계 최고 LNG 보관 기술 이형진 본부장

연합뉴스2021-01-10
[K명장 열전] (27) 영하 163도 세계 최고 LNG 보관 기술 이형진 본부장
평범한 학창 시절 중소기업 취업 20년 초저온 보냉재 기술 생산책임자
'현장에 답이 있다' 격 없는 토론 대화…공정 개선 역대 최대 실적
친환경 시대 영하 253도 액화 수소 저장 핵심기술 도전
"위기가 기회…대기업·공기업·공무원 대신 중견·중소기업 꿈 펼쳐라"

이형진 본부장[동성화인텍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은퇴하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시스템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경기도 안성시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단열재를 생산하는 동성화인텍 안성공장.
동성화인텍 이형진 생산본부장(상무)은 4만2천평 규모 공장에서 LNG를 보관할 수 있는 보냉재 등을 만드는 최고 책임자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 기체 상태보다 더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보관하려면 영화 163도 이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상온 기준으로 200도에 이르는 온도 차이를 극복하고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공간(화물창)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 동성화인텍에서 생산하는 초저온 보냉재다.

이 본부장은 LNG 운반선 화물창 단열재인 초저온 보냉재를 생산하기 위해 원액 배합에서 최종 패널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총괄 지휘하는 기술자다.
그는 매일 30분 일찍 출근해 전날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품질 상태와 안전 현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문제 해결과 개선사항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생산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과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기술인으로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결재를 마친 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생산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합니다. 회사에 상주하는 고객 검사관과 공정 진척과 보완점을 같이 점검합니다. 금요일은 영업, 기술, 생산, 품질 등 전 부서가 모여 수주에서 생산까지 부문별 현안을 공유합니다."
이 본부장은 열전도, 압축강도, 인장강도 등에서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초저온 보냉재를 생산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우리 회사 기술은 반도체처럼 국가에서 핵심기술로 지정해 영업 기밀에 해당합니다."
보통 LNG 운반선은 1척 건조 가격이 2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고 그만큼 기술 진입장벽이 있는 분야다.
중국 조선업체도 쉽게 진입하지 못해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지난해 연말 잇따라 LNG 선박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일감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조선사와 협력업체가 가진 LNG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동성화인텍은 LNG 운반선 200척 이상 건조에 필요한 단열재를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는 동성화인텍에서 생산된 초저온 보냉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따라 LNG 운반선과 LNG 추진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단열재 시장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LNG 저장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미래 친환경 연료로 떠 오른 수소를 운반하는 선박과 수소연료로 추진되는 선박을 개발하는 것이다.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체가 된다.
수소 저장기술은 LNG보다 90도 더 높은 단열 성능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축적한 단열재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을 하면 세계 최고 친환경 단열 시스템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이 본부장은 평범한 가정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고등학교까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인하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해 열역학, 유체역학 등 에너지 효율에 관심을 가졌고 가스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가스공사, 도시가스 회사 등에 취업 문을 두드렸으나 낙방의 쓴맛을 봐야 했다.
LNG 운반선 단열재를 생산하는 동성화인텍에 입사한 이 본부장은 20년 동안 단열재 생산 기술인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2019년 6월 안성 3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00억원 이상 손해가 발생했지만 전 임직원들이 한 달 만에 공장을 정상화한 기억을 떠올렸다.
"'위기는 기회다'는 말을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3년 전 공장장을 맡아 숙련 기술인이라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공정별로 자동화 로봇을 도입했고 공정 개선을 거듭한 결과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생산량 달성이라는 성과로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기술인 삶의 목표는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품질을 좋게 할 것인지, 생산성 개선 방법이 없는지 기술연구소와 현장 직원 등과 함께 고민합니다. 여러 차례 공정 개선을 시도해 0.1%라도 향상하는 게 숙련기술인의 삶이 아니겠습니까."

이 본부장은 청년들이 연봉이 높은 대기업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바랐다.
중견·중소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얼마든지 사회와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도 친구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되돌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는 "유럽은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조선·해양 분야에서 앞서 나갔지만 우리나라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기술을 발전시켜 오늘날 세계 최고 조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설계에서 제작, 납품까지 국산화를 이루고 중국 등 후발 주자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초격차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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