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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수용책 이대로 좋은가] ③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연합뉴스2021-01-04

[외국인 수용책 이대로 좋은가] ③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코로나19 속 혐오·배제 vs 포용·연대 시험대 오른 다문화 사회
정주지향 이주민·외국근로자 더는 이방인 취급 말아야 의견도

우리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지난해 10월 8일 청와대 앞에서 이주노동단체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용허가제 기간 만료로 일하게 되지 못하는 현실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주공동행동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혐오와 배제 현상이 늘고 있다.
지난해 초 '마스크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에게는 신분증에다 건강보험증을 제시해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게 했다가 비판을 받자 동일 조건으로 바꿨다.
또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대상에서도 외국인을 배제했다가 '세금을 똑같이 걷어가면서 달리 대우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인권단체의 지적을 받고서야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다문화와 외국인 배제 분위기는 이주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이들 상당수를 떠나게 했고, 코로나19로 신규 입국자도 줄어들면서 농축산업·제조업·건설업 등 산업 현장에서 인력 공백 현상이 심화했다.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더는 이방인 취급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정책과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10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한다. 다문화 출생아 수는 1만8천여 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9%다. 지난해 결혼한 부부 가운데 다문화 혼인은 2만4천 건으로 전체 혼인의 1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 10쌍 중의 1쌍은 외국인이나 귀화자 배우다.
이주 배경 인구는 2040년이 되면 352만 명으로 총인구의 6.9%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용근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는 "고령화, 저출산, 노동력 부족이 구조화하면서 한국 사회는 부인할 수 없는 이민 사회가 됐지만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은 한참 낮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한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올해 고용허가제로 도입할 외국 인력이 5만2천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부터 유지해온 5만6천 명에서 처음으로 4천 명이 줄어든 숫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고도 입국 못 한 3만 명을 고려해 상반기에 2만2천 명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3만 명을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는 방안이다.

벌써 산업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25일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이 끊겨 고질적인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데 쿼터를 줄이는 게 무슨 도움이 되냐는 냉소다.
고질적인 구인난을 겪는 축산업·어업 현장에서는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외국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정책적·외교적인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의 경우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쿼터 규모는 1천800명으로 지난해보다 500명 축소됐다. 업계는 지속해서 쿼터 확대를 건의하고 있지만 규제가 우선되다 보니 느는 건 불법 고용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심지어 서비스업의 고용 허가 인원은 100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택배업의 경우는 허가 인원이 제로다.
과로사하는 근로자까지 나오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택배업 발전을 위한 현안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물류 시설 확충과 더불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택배업계에서는 택배 물류 상·하차 분야만이라도 외국 인력 채용을 요청했지만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는 부처 간 이견으로 올해 쿼터를 한 명도 배정하지 못했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개발연구원장은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외국 국적 동포가 방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경우 단순 노무 분야 34개 업종으로 취업을 제한한 것을 대폭 완화하는 것도 인력 수급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곽 원장은 "외국 인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서는 쿼터를 늘이고 취업 분야를 확대하는 정책적 배려도 중요하지만 고용현장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더 시급하다"며 "잠깐 쓰고 버리는 물건인 것처럼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업주 처벌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주민과 다문화를 공동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인식 개선 운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돼 외국 인력 도입이 쉽지 않을 경우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최장 5년인 취업 활동 기간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기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숙소를 제공했다가 적발됐을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5인 미만 농·어가 개인 사업주도 산업재해보상보험 또는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수용성은 2015년 54점에서 2018년 52.8점으로 줄어들었다. 다문화 인구는 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려는 인식은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국민 10명 중 3명은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할 정도로 이방인 혐오 현상이 심각하다.
이용근 이사는 "결혼 이민자, 3년 이상 된 외국인 영주권자, 비취업 전문비자로 입국해 숙련노동자로 비자를 갱신한 노동이주 가정 등 이주민 대부분은 정주(定住)를 지향한다"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따듯한 환영보다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다면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기초를 쌓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를 펴낸 곽승지 중국 옌볜과학기술대 교수는 "국내에서 취업 활동을 하는 외국인과 조선족·고려인 등 이주민의 대부분이 돈을 벌어 귀국하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에 뿌리내리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좋든 싫든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로 받아들이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문화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주민 자녀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 가정 자녀의 10명 중 1명이 초등학교 진학을 포기했고, 10명 중 2명이 중학교를 진학하지 않거나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학회장을 지낸 최충욱 경기대 명예 교수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정착 교육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교사와 내국인 학생·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며 "외국 이주민에게 속인주의가 아닌 거주자 중심주의의 정책을 펼쳐야 소속감도 생기고 사회 구성원으로의 책임 있는 행동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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