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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코로나19 사태로 알바 자리도 없다는데…직접 찾아보니

연합뉴스2020-05-17

[인턴액티브] 코로나19 사태로 알바 자리도 없다는데…직접 찾아보니

(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인턴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아르바이트 취업 문도 좁아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시간제 아르바이트 근로자 240명 채용에 6천497명이 몰려 경쟁률이 27.1대1에 달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잡지 못한 청년들은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까.
아르바이트 구직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의 심정을 느껴보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4일간 아르바이트 구직 활동을 해봤다.

◇ 1년 9개월 경력도 무용지물…30곳 지원했지만 6시간동안 답변 전무
먼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했다.
출퇴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집 근처를 탐색했다. 총 30곳에 지원서를 냈다.
그중 11곳에는 문자메시지로 지원했다. '알바 경력 다수 있고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름, 성별, 나이, 주소를 입력했다. 카페 음료 제조, 레스토랑 서빙 등 1년 9개월 알바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경력도 채워 넣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촬영 강다현]
지원서를 넣고 6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이 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3시간 내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면접 보러 오겠냐는 의사를 묻는 전화가 왔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할 수 없이 거리 때문에 예전에는 지원하지 않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편의점의 새벽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1주일 중 3일간,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하는 일정이었다. 시급은 8천600원.
편의점 점주가 전화를 걸어 와 "거리가 머니 지원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했다. "택시를 타고 출퇴근할 수도 있다"며 채용을 간청했지만 점주는 "어제 편의점에서 40분가량 떨어진 왕십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겠다고 한 친구도 있었는데, 그런 애들 뽑으면 1~2달하고 힘들어서 그만둔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아르바이트 구하기 힘든 건 아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라며 전화를 끊었다.

◇단기 아르바이트도 선착순 대기…카페 서빙직 경쟁률 80대 1
단념하고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는 보통 택배 상하차, 배달 대행, 임상 연구, 전단 부착, 뷔페 서빙 등 기피 직종이 많다.
20살 때 하루 7만원을 벌기 위해 10시간가량 일하는 웨딩홀 뷔페 알바에 무턱대고 지원했다 울면서 퇴근하기도 했다. 센 업무강도 탓에 멍이 든 몸에 바를 파스를 사는 데 일당 대부분을 써야 했다.
이처럼 일은 고되지만 끝나면 바로 일당이 지급돼 급전이 필요할 때 용이하다.
주급 15만원인 자외선 차단제 임상 연구 알바가 눈에 띄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르바이트를 다 구했는지 물었다.
"이번 주는 인원이 다 찼고, 문자 남겨주면 선착순대로 연락한다.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전화는 삼가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의사항에 '장시간 햇볕 노출 시 홍반이나 흑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개의치 않은 지원자가 넘친다는 의미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는 전화하는 즉시 채용되던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상기해보니 다소 생경했다.
4일을 꼬박 기다렸지만 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구직을 지원한 30곳 중 면접 기회를 내준 곳은 단 2곳뿐이었다.
처음 면접을 본 카페 사장은 지원서만 80장 넘게 들어왔다고 했다. "거의 기업 공채 수준"이라며 놀란 반응을 보이자 사장은 "경력 없으면 부르지도 않아, 요즘엔. 친구는 그나마 카페 경력이 있어 다행"이라고 답했다.
이튿날 면접을 본 종로구 소재의 카페 경쟁률도 50대 1이 넘어갔다. 면접을 본 매니저는 "지원서를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온다"며 "매장에 '왜 내 지원서 확인 안 하냐'고 확인 전화 거는 사람들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카페 매니저는 면접 후 일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했지만 취재를 위해 지원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자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흘 동안 경험해 본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은 이전보다 많이 경직되고 침체됐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알바 시장이 전처럼 다시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듯해 안타까웠다.



◇ 구직 전선 청년들 "코로나 사태 장기화되면 막막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청년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취업난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14일 오후 이화여대 앞 길거리에서 만난 대학 4학년 최유경(24)씨는 아르바이트 자리 찾기가 어려워 아예 구직을 포기한 상태다. 그는 "3주 전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가게 다섯 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한 곳에서도 면접을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인 아버지의 재정 상태가 안 좋아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그는 얼마 전부터 식비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코로나가 우리 같은 20대를 무책임한 세대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부모님 보기 죄송하다"며 씁쓸해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윤희재(24)씨는 지난달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카페에서 일하게 됐지만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윤씨는 "요즘에는 알바도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어가는데,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나서 기업 채용에 임할 때는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구직 전선에 나서지 않은 청년들도 구직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음대 2학년 김예리(가명·21)씨는 "음악인 전용 구직 사이트를 자주 보는데 음악학원 보조를 구하는 구인 정보가 절반가량 줄었다. 반면 소상공인 대출 안내가 눈에 띄게 늘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구직난으로 실의에 빠질 수 있는 청년층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사회진출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청년 세대의 집단 우울증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rkdekgus1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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