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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 성우 직무인터뷰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백화점 고객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손우숙 멘토의 이야기

당신의 멘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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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숙님과의 인터뷰

말더듬, 방송 울렁증을 모두 극복하고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이자 성우가 된 손우숙 멘토의 이야기


STORY 01 About 손우숙

성명 : 손우숙

직업 :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 겸 성우

경력 : 8년



안녕하세요 멘토님,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백화점쇼핑몰 방송실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손우숙입니다. 얼마 전에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녹음하며 인디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라고 하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데요.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주세요.
많은 분들이 처음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들으면 생소해하세요. 그런데 백화점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찾을 때 나오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아! 그 예쁜 목소리!”라고 알아보시더라고요.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는 행사 정보 같은 쇼핑에 도움 되는 정보를 고객들께 알려드리는 업무와 분실물이나 미아가 있을 경우 안내 방송을 하는 업무를 합니다. 개장 전에는 직원들만을 위한 방송도 진행하고 있죠.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는 공기 같은 존재에요. 고객이 크게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고객뿐 아니라 백화점의 매출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를 단순히 안내 방송만 한다고 생각하시기 보다는 마케팅의 한 부분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를 시작하셨나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건 20대 중반쯤이었는데요. 벌써 8년쯤 되었네요. 처음에는 성우가 되고 싶어 공부를 하다가 백화점에서 방송실 아나운서를 구하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성우가 되고 싶으셨다고 했는데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된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는 말로 하는 것은 다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도 성우처럼 내레이션도 할 수 있고, 광고 녹음도 하고, 또 성우도 배우로 연기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목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이면 다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도 말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욕구가 생겼었어요.
멘토님의 첫 면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는데요. 저는 한 번에 오디션을 통과해서 바로 합격할 수 있었어요. 그때 저는 제가 잘해서 뽑힌 줄 알고 있었어요. 입사 후에 오디션 때 녹음된 파일을 쭉 들려주셨는데요. 그중에 제가 제일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런데도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실력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처음에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오디션 연습을 하려는데 밤에는 가족들이 연습 소리에 잠을 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나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처음 독립을 했어요. 그때 그런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첫 오디션에서 붙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면접관들에게도 멘토님의 열정이 한눈에 보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오디션 날 운도 약간 따라줬어요. 오디션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갔는데 어떤 분께서 컵을 씻고 계시다가 물을 제 옷에 튀겼어요. 오디션을 앞두고 옷이 물에 젖으면 짜증이 날 수도 있었는데 그때 저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씀드렸어요. 오디션 장에 들어가니까 그분이 면접관으로 앉아 계시더라고요. 제가 그때 짜증을 냈으면 전 아마 붙을 수 없었을 거예요. 면접을 보러 가면 작은 행동이라도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어디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멘토님께서 처음에 입사하실 때 오디션을 봤다고 하셨는데요.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오디션을 보는지 궁금합니다.
오디션은 현장에서 직접 대본을 한 페이지 정도 읽는 걸로 봐요. 아무래도 실력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것보다는 길고 어려운 문장을 위주로 읽고요. 실제 방송하는 내용을 주로 읽는데요. 요즘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니까 영어로 읽는 것을 보기도 해요. 오디션을 보지 않는 곳에서는 녹음파일을 제출하라고 해요. 한국어 멘트와 영어 멘트를 녹음하고 파일을 제출하도록 하죠.
외국어도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영어일본어는 기본적으로 배워 놓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 가지 언어만 할 수 있을 때보다 인정도 좀 더해주시고, 실제 업무에서도 많이 필요하기도 하거든요. 또 외국어를 할 줄 아시면 공항 방송실 아나운서를 하실 수도 있어요. 공항에서도 안내 방송을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확실히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죠.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목소리일 것 같아요.
그렇죠. 목소리를 많이 신경 쓰셔야 해요. 운동도 해야 하고요.
운동이요? 목소리와 운동이 관계가 있나요?
물론이죠! 발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복근에 힘이 받쳐줘야 해요. 또 호흡이 부족하지 않게 폐활량도 늘려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윗몸 일으키기같이 복근에 힘을 줄 수 있는 운동하고, 폐활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셔야 해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도 필요하죠. 좋은 목소리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해요.
운동 같은 후천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타고난 목소리가 좋아야만 하지는 않나요?
많은 분들께서 방송을 하려면 목소리가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요. 사실 목소리가 안 좋은 사람은 없어요. 음색이 약간씩은 다를 수 있지만 모두 좋은 목소리에요. 그런데 아나운서나 성우같이 방송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말할 때 신경을 써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박또박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게 말하고 장-단음을 잘 지켜서 말하기 때문에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눈 같은 경우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있고, 신체 기관인 눈이 있듯이 같은 글자지만 뜻이 다른 단어들이 있잖아요. 읽을 때 장-단음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요. 또 느낌도 달라지죠. 옛날에 배우 이덕화씨 유행어에 “부-탁해요”라는 말이 있는데요. 여기서 ‘부-탁’이 장음이거든요. 이덕화씨가 장음을 잘 지켰기 때문에 느낌을 더 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고 장-단음을 지키는 것 외에도 좋은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자신 있게 말하는 거요! 아무리 목소리가 좋아도 자신 없게 말하면 좋게 들리지 않아요. 목소리는 음색, 말투, 성격을 모두 합친 개념이거든요. 그래서 목소리에 담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말투, 억양을 모두 목소리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단순히 음색만 좋다고 해서 좋은 목소리라고 할 수 없어요.
멘토님께서도 이런 노력을 통해서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으셨나요?
네. 저도 많은 노력을 했죠. 지금은 말을 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렸을 때는 많이 더듬었어요.
말을 더듬으셨다니 의외네요! 지금은 전혀 느낄 수 없어요.
말 더듬는 버릇 고치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처럼 안내방송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방송을 하면서 고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이 너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노력하고 고치게 되더라고요.
멘토님께서 발음을 연습하신 방법이 궁금합니다.
내가 내 목소리가 잘 들린다고 다른 사람도 내 목소리가 잘 들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기가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은 당연해요. 내가 말한 소리를 귀로도 듣고, 또 내 속에서 울리는 소리로도 듣거든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귀로만 내가 말한 소리를 듣잖아요. 잘 안 들릴 수도 있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는 혼자서는 잘 몰라요. 그래서 녹음을 해서 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어보라고 해야 해요. 녹음을 해서 들어보면 자기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문제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죠. 나는 내 목소리가 좋게 들릴 수도 있는데 계속 그 목소리만 들어와서 익숙해진 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학원에 다니거나 스터디를 하는 거에요. 다른 사람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요. 남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직업을 가지려면 많은 사람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돼요.
발음 못지않게 발성도 중요할 것 같아요.
중요하죠. 발성을 잘 하려면 자주 웃는 게 좋아요. 연기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웃는 연기라고 하더라고요. 웃는 연기가 배의 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거든요. 웃는 것을 연습하시면 배의 힘이 길러지면서 발성에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말을 할 때 목이 아니라 배로 말하는 것을 연습해요. ‘가나다라’를 배에 힘을 주고 한 글자씩 읽다 보면 배의 힘이 길러지죠.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는 어떤 하루를 보내나요?
백화점 개장 전에 출근을 해서 먼저 청소로 하고, 앰프와 음향 믹서, CD 플레이어의 전원을 켜요. 모든 장비가 준비되면 직원들을 위한 방송을 시작합니다. 직원을 위한 방송은 백화점마다 다른데요. 제가 일한 곳은 청소 안내 멘트와 직원 교육 방송, 그리고 날씨 안내까지 방송실에서 담당해요. 그 외에 전 직원에게 공지할 사항이 있으면 오전 시간의 방송을 통해서 다 전달합니다. 직원들을 위한 방송이 끝나면 개점을 준비하는데요. 개점시간에 맞춰 개점을 알리는 음악이 나올 수 있게 준비해야 해요. 단 1초라도 늦거나 빠르지 않도록 준비를 합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초 단위로 계산되어 있어서 주어진 시간대로 딱 맞춰서 방송해야 단 1초의 차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죠.
백화점 안내 멘트는 녹음이 되어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어요.
대부분은 이렇게 방송하지만,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시간이 길거나 연속해서 안내를 해야 하는 멘트의 경우 미리 녹음을 해요. 직원 교육 방송의 경우 10분 정도로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사전에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죠.
방송을 하시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겼을 것 같아요.
아침마다 직원 방송시간에 명상의 시간을 가져요.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읽어드리는 시간인데요. 아침에 읽어드린 이야기에 감동을 받으신 분들께서 잘 들었다고 팬 레터를 보내주시더라고요. 또 어떤 때는 직접 사연이나 이야기를 적어오셔서 방송해달라고 하세요. 신청해주신 내용으로 방송해드리면 좋아하시죠.
백화점 방송실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송을 한다는 것은 멘토님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마치 라디오 생방송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네. 라디오 생방송과 비슷해요. 라디오에서 작은 실수만 해도 방송 사고가 되듯이 백화점 방송실에서도 방송 중에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매장에서 듣고 있다가 나중에 다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개점 후에는 어떤 방송을 하시나요?
백화점에 가셨을 때 들으실 수 있는 모든 방송을 다 하고 있어요. 새로 들어온 매장이 있으면 매장 위치를 알려드리고, 많은 관심을 바란다는 안내 방송을 하고, 세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도 안내를 하죠. 또 분실물이나 미아가 발생했을 때에도 방송을 합니다.
개점부터 폐점까지 혼자서 방송을 하시나요?
아니요. 백화점마다 다르지만 보통 2교대에서 3교대를 해요. 영업시간이 긴 동대문 쇼핑몰들의 경우 3교대로 진행하죠. 보통 한 사람 당 6시간씩 근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업무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교대시간은 거의 고정인가요?
이것도 백화점마다 달라요. 일정 기간마다 교대 시간을 바꾸는 곳도 있고, 고정인데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아예 고정인 곳에서는 개인적으로 다른 파트 분과 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멘토님께서는 성우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가장 최근에 한 일은 다큐멘터리에요. 내레이션을 맡아서 했었어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더빙도 했어요. ‘빨간 모자야 어디 가니’라고 초등학교에 배포되는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용 애니메이션에 참여했어요. 요새는 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졸업작품 성우도 하고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좀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거든요. 애니메이션 더빙은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시공을 초월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거든요. 얼마 전에는 휴먼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또 녹음하게 되었어요.
멘토님께서는 어떻게 성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셨나요?
원래 학창시절의 꿈은 카피라이터였어요. 광고 카피를 쓰는 게 재미있어서 카피라이터가 되려고 마음먹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길을 알아봤어요. 글 대신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말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성우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성우를 꿈꾸고 있어도 막상 성우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가 막막한 것 같아요.
성우가 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라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정말 성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시작을 할 수 있겠죠. 책을 살 수도 있고, 학원을 다닐 수 있고, 또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워낙 잘 발달되어 있잖아요. 그런 것부터 시작하시면 돼요. 일단 시작은 어떤 일이라도 괜찮아요. 뭐든지 행동하는 것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보다는 어디든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네요?
그렇죠. 얼마 전에 쇼핑몰 방송실에 자리가 생겼어요. 그래서 제 주변에 성우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을 해줬는데 지원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지원을 안 하냐고 물어봤는데 실력이 안 돼서 못할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지금 관련 분야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못할 것 같다고 지원을 안 하는 걸 보니 안타까웠어요. 뜻이 있는 곳이라면 내가 못할 것 같더라도 일단 지원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또 가서 적응을 할지 못할지는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런 경험들 있으실 것 같아요. 어렵게 생각했던 일인데 막상 해보면 쉬웠던 경험이요. 무엇이든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못하면 어때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더 나은 모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잘 못하는 자신도 너그럽게 허용하면서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해요.
멘토님께서는 기회를 잡아서 일을 시작하셨지만 막상 업무를 하다 보니 힘든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있었죠. 저는 처음에 일했던 백화점에서 잘렸어요. 열정은 넘쳤는데 실제로 업무를 하니까 제가 방송 울렁증이 있더라고요. 방송 장비가 켜지면 바로 멍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방송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어요. 마이크 소리에 맞춰서 말하는 것을 조절해야 하는데 긴장하니까 하나도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소리가 너무 커서 쩌렁쩌렁 울렸다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방송할 때마다 긴장을 해서 한달 만에 잘렸어요. 물론 여러 사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일을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죠.
지금은 방송 울렁증이 전혀 없으시잖아요?
그렇죠. 눈감고도 방송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사직 통보를 받으셨는데, 계속 이 일을 하기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아니요.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일이 좋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제가 그전에도 여러 일을 해봤는데요. 돈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는 힘든 일이 생기면 금방 다른 업종으로 바꿨거든요? 그런데 방송은 그렇지 않았어요. 일하는 게 즐거우니까 매일 놀러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첫 직장에서 그렇게 그만두게 됐을 때도 일을 배우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다음에 다른 백화점 방송실에 입사했을 때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업무에 임했죠. 울렁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처음처럼 심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점점 나아져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죠.
오랜 시간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로 있으셨는데요. 8년 동안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여러 위기가 왔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문제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일이 좋았거든요. 또 상황과 여건도 따라줬고요.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었거든요.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에게는 목소리 관리가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8년 동안 터득하신 멘토님만의 목소리 관리 비법이 있나요?
일어나자마자 연습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급적 아침에는 목을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침에는 목이 아직 이완이 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일어나고 한 시간은 있어야 목이 풀리기 때문에 그 이후에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목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목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니까 되도록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물도 많이 마셔야 해요. 잠도 충분히 자야 하죠. 저는 밤에 날씨가 춥지 않아도 두껍게 입고 자요. 목폴라도 입고, 마스크도 하고 자요.
마스크를 하고 주무신다고요? 답답하지 않으세요?
답답하죠. 그래서 아침이 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스크가 벗겨져 있기도 해요. 그래도 마스크 하고 자면 목소리가 확실히 좋아져 있어요.
8년 동안 감기에 걸리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셨나요?
왜 없겠어요. 그런데 감기에 걸리는 게 단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감기에 걸렸을 때 목으로 소리를 내면 감기 걸린 목소리가 나요.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야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게 되죠. 감기 걸리면 당연히 좋지 않지만 배에 힘을 주고 말하고, 말을 할 때 더 신경을 쓰니까 발성은 감기 걸렸을 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한 번은 목소리가 완전히 잠긴 적이 있었는데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이틀 정도 일을 쉴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 ‘내가 내 목을 사용하기만 하고 아껴주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목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었죠.
멘토님께서는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목 관리 외에 멘토님께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세상에는 제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있는데, 저의 경험과 생각, 세계에 갇혀 지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롤모델인 분들의 인터뷰를 많이 보고 있어요. 다양한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들어보려고 해요. 제 생각은 저만이 하고 있는 생각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롤모델의 인터뷰를 보면서 제 생각의 틀을 깨려고 많이 노력하죠. 그리고 지금은 성우 학원도 다니고 있어요. 제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 일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배울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요. 멘토는 정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언도 해주시고 더 발전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멘토님께서 롤모델로 삼으시는 분은 어떤 분이세요?
SBS ‘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하고 계시는 성우 김세원 님이요. 그분 연세가 올해 67세신데 아직도 녹음실에 들어가면 가슴이 뛰신대요. 그리고 다음 날 녹음이 있으면 약속이 있더라도 무조건 일찍 들어가신대요. 자기관리가 철저하신 분이에요. 일흔이 다 된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김세원 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요. 또 다른 롤모델인 성우 정남님은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에서 진구 엄마 역할을 맡았던 분인데요. 듣기에 편안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세요. 그리고 한 분은 남자분이신데, 성우로도 활동하시고, 배우도 하시고 교수님도 하고 계시는 조원희 님이에요. ‘사람이 미래다’라는 멘트로 유명하신데요. 정말 목소리가 아름다우신 분이에요.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를 가지겨서 듣고 있으면 행복할 정도에요.
멘토님께서 다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면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되는 길을 선택하실 건가요?
네. 선택할거예요. 더 빨리 일을 시작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하겠죠. 그런데 그것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 일을 시작했을 때 일이 재미있다 보니까 백화점 방송실에서 계속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기회가 와도 아예 지원조차 안 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죠. 백화점 방송실뿐 아니라 방송 전체를 보고 어떤 것이라도 기회가 오면 다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어야 했던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면 다시 이 직무를 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요. 가장 즐거울 때 다른 것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거든요. 이 생각을 20대에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요.
지금 몸담고 계신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네요. 회사마다 대우가 다르지만 대체로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방송실 아나운서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대우도 좋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관련 분야 지망생이 워낙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졌어요.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워낙 많으니까 지금은 정직원이 되는 비율도 적어지고 대우도 상대적으로 안 좋아졌죠. 회사에 의지하시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좋아요.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준비하셔야 하고 또 기회가 오면 한발이라도 내디뎌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를 자주 확인해보시고요. 성우나 아나운서 카페에 올라오는 것도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소개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내가 원하는 분야가 생기면 그 분야와 관련 있는 분들로 인맥이 형성되잖아요? 관심 분야가 같은 분들끼리 소통하다 보면 오디션이나 면접 정보를 자연스레 얻게 되요. 그래서 인맥관리가 중요하죠.
백화점 방송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스펙이 있나요?
전에는 학력에 대한 제한이 심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보는 곳은 두루 있지만 예전처럼 심하지 않아요. 요즘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봐요. 학력이 낮아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쪽으로 진출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자신감, 그리고 이 업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면 채용 전형도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는 약간 부족해도 앞으로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열정이 있다면 일단 지원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후배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자세나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건강한 신체, 발성, 발음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거예요. 드라마도 많이 보시고, 소설도 많이 보세요. 연애도 해보시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보면 다양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 감성을 목소리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해요.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신가요?

△ ‘표준 발음과 낭독(왼쪽), 방송화술(오른쪽) ’

‘표준 발음과 낭독’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나운서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도 있어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책이에요. 아나운서의 발음을 따라 하면서 장-단음 구분띄어 읽기를 하다 보면 발음이 좋아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두 번째로 추천하는 책은 ‘방송화술’이라고 최병학 님이 쓰신 책이에요. 아나운서, 리포터, 성우까지 방송 쪽을 지망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이에요. 기초부터 실습까지 자세하고 탄탄하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방송 쪽에 진출하기 위해 공부를 하시는 분이면 이미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 책이 가장 좋은 점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예시들로 쉽게 구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다른 강의를 들어봐도 이 책에 나온 예시를 많이 사용하시더라고요. 실제 방송에서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이 직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다른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세요. 경험해 보기도 전에 못할 것 같다고 일을 피해서는 안 돼요. 경험과 생각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처음에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좀 못할 수도 있죠. 처음에 겪었던 어려움은 전부 발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아서 해봐야 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고 원하지 않지만 익숙한 일이라서 하다 보면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자기의 길이 언제 열릴지도 알 수 없어져요.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생소한 것이라도 도전해야 내가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선이다.”라는 말이에요.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좋은 일이라는 거죠.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뭐든지 도전해보세요. 자신의 삶은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거든요.
멘토님에게 백화점 안내 방송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식탁 같은 존재에요. 식탁에는 밥도 올릴 수 있고, 꽃도 올릴 수 있어요.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서 용도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안내 방송이 식탁 같은 거예요. 그 안에서 어떻게 내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또 제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있죠. 식탁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하루 방송도 제게 달려있어요.
앞으로 멘토님의 꿈이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10년 후에 다시 인터뷰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큰 꿈을 이루고 싶네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다른 사람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신감이 부족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일들에 도전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저를 좀 가두지 않고 많은 것을 해보려고 해요. 창피함이나 부끄러움을 버리고 다양한 일을 해서 나중에는 제 롤모델처럼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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