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마시는 커피 개념은 가라?'…바르는 커피 22개국 수출

연합뉴스2019-07-28

[U∼스타트업] '마시는 커피 개념은 가라?'…바르는 커피 22개국 수출
㈜래미 커피를 원료로 스킨케어 제품 생산, 중국 2천개 편의점에 납품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커피가 마시는 음료라는 개념은 넘기 힘든 장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강릉원주대 창업동아리로 출범한 ㈜래미는 커피의 좋은 성분을 이용해 커피 비누를 선보였지만 '커피=음료'라는 벽을 국내에서는 넘기 힘들었다.
강릉이 커피의 도시라는 점을 고려해 만든 제품도 '나이가 어리다'는 편견 때문에 판매에 불리했다.
강호길(오른쪽) 대표와 최종은 이사.[래미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래미는 두 가지 장벽을 뛰어넘고자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다행히 해외에서는 커피를 활용한 미용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고, 시장도 국내보다 훨씬 컸다.
말레이시아에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래미는 2017년 11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했다.
해외 시장은 빠르게 확산해 현재 커피를 이용한 스크럽(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킨케어 크림)과 마스크 팩 등 3개 분야 22개 제품을 22개국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강호길(31) 대표가 '바르는 커피'에 주목한 것은 에스프레소로 내려 마실 경우 커피의 좋은 성분을 대부분 버리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타닌, 카페인 성분 등 다양한 성분이 있는데 에스프레소로 쓰이는 것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그는 나머지 좋은 성분을 피부에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강 대표가 애초 커피 뷰티 제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영어 공부를 한다며 호주로 떠난 강 대표는 무역업 등을 하는 회사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앞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2014년 4학년에 복학한 강 대표는 창업에 관심 있는 후배 2명 등 3명으로 창업동아리 래미식품을 만들었다.
강 대표는 2015년 개인회사 래미를 만들어 다음 해 법인회사로 전환했다.
때마침 동해안에서 도루묵이 풍년이어서 어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골치를 앓자 그는 도루묵을 활용해 액젓을 만들기로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SNS 등을 통해 도루묵 판매에 팔을 걷어붙였던 시절인 데다 동해안에 대표 액젓이 없어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성은 충분해 보였다.
그는 해양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액젓 발효에 관한 졸업논문까지 썼지만, 도루묵 액젓을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후회하고 말았다.
직접 손으로 도루묵 액젓을 만드는 일은 중노동이나 다름없었고, 무엇보다 바로 돈이 되지 않아 회사는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액젓을 만드는 사업은 어찌 보면 와인 사업과 비슷해 매년 새로 담가줘야 했다.
3년이 걸려야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건 3년간 매출이 없다는 걸 의미했다.
강 대표는 낮에는 사업을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하며 커피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호주에 가기 전 강릉 안목 커피숍에서 바리스타 생활을 했고, 호주에서도 바리스타로 일을 한 경험을 토대로 커피 비누를 만들어봤다.
처음 손을 댄 액젓 사업이 난관에 봉착해 커피 비누로 시작한 커피 스킨케어 제품은 이제 주력 사업이 됐다.

강 대표가 만든 제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유럽 제품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커피콩 모양으로 만든 스킨케어 제품은 입자가 곱고, 보습효과가 뛰어나 아시아 20∼40대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래미의 스킨케어 제품은 로하스(LOHAS)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이다.
브라질산 커피 원두와 함께 제품에 사용하는 원료의 50%는 지역의 카페에서 커피 부산물을 수거해 건조, 멸균 처리를 해 쓰기 때문에 환경오염 방지에도 한몫한다.

래미는 올해 공장을 확장해 이전하고, 중국의 편의점 2천곳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인천공항 면세점에 이어 올해 5월 신라 면세점에 입점했다.
2016년 200만원의 매출은 2017년 1억6천만원, 2018년 2억3천만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5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강릉원주대 창업보육센터로부터는 창업 초기에 멘토링은 물론 지식재산권 교육 등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래미의 꿈은 지역 인재를 더 많이 채용하는 지역 기반의 대표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화장품 제조뿐만 아니라 식품, 무역 등의 계열사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다.
회사명 래미를 거꾸로 읽으면 미래다.
미래의 가치를 더 발전시킨다면 그 미래가 아름다울 것이라고 확신하는 래미는 전 세계 커피 뷰티 시장의 1%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강 대표는 "저도 사회 초년생인데 지역의 인재가 서울로 빠지는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어 지역 인재를 많이 채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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