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에 거액 낸 현대차 3사, 이사회 보고는 제각각

연합뉴스2017-02-08
미르·K스포츠에 거액 낸 현대차 3사, 이사회 보고는 제각각
기아차·모비스 공식안건 보고후 공시…현대차 '기부금 집행내역' 사후 보고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현대차그룹의 3개 계열사가 출연 사실을 모두 이사회나 그 하부기구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 중 이사회 결의를 한 곳은 KT와 포스코 2곳뿐이다.
이사회나 그 하부기구에 보고한 기업도 3곳에 불과한데 모두 현대차그룹 계열사였다. 이들 3사는 투명경영위원회나 윤리위원회 등 투명성기구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 계열 3사는 이사회 등의 보고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대부분의 기업보다는 투명성 측면에서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일부 사외이사들은 보고가 이뤄진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8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총 128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차 68억8천만원, 현대모비스 31억9천만원, 기아차 27억3천만원 등 세 회사가 이 금액을 나눠 냈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기금을 낸 2016년 상반기에 각각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 윤리위원회에 이를 공식 안건으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 이사회 관계자들은 "위원회의 정관 규칙에 기금 출연 등에 대해 실적 보고를 하게 돼 있어 그에 따라 보고를 했다"며 "출연 성격과 출연금 규모를 봤을 때 '의결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해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보고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당시 미르·K스포츠가 정상적인 조직인지, 이에 대한 출연이 타당한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한계가 있었다.
3개 회사 중 현대차의 경우에만 두 회사와 달리 이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이사회의 보고 문건에는 재단 출연 내역이 포함됐다고 현대차가 이날 확인했다.
현대차는 2015년 11월 미르재단에 46억원을 낸 사실이 2016년 1월말 이사회에서 사회공헌 비용 집행 세부 실적 보고문서에 '문화재단(미르) 기부'라는 항목으로 적시됐다고 밝혔다.
또, 2016년 3월말 K스포츠에 23억을 납부한 사실은 7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체육교류재단 지정기부금'이라는 항목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투명경영위까지 설치한 현대차가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액의 재단 출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사후 보고를 하는 데 그쳤다는 점은 다소 미흡한 처리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명경영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4년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량에 낙찰받아 논란이 됐던 일을 계기로 투명한 의사결정과 주주 권익보호 등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만든 기구다.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할 때 관련 사실을 이사회에서 공유해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현대차는 2015년 4월 투명경영위를 설치해 기아차(2016년 3월)보다 훨씬 빨랐다.
사실 거버넌스위원회가 설치돼 있는데도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사례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물산도 2015년 7월 거버넌스위를 신설했으나 이번에 재단에 출연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단 출연 때 현대·기아차가 '다른' 과정을 거친 데 대해 "제도가 갖춰졌다고 끝이 아니라 운영 경험이 축적돼야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이 이번처럼 기업들에 돈 내라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게 하려면 기업들이 거버넌스위원회 같은 '내부통제' 장치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이겠지만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많은 운영 경험을 쌓고 적임자를 배치해야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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