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땡큐, 삼성" 압박…삼성·현대차·LG 고심(종합)

연합뉴스2017-02-03
트럼프 "땡큐, 삼성" 압박…삼성·현대차·LG 고심(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김연숙 기자 = 세계 경제에 '트럼프 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미국 내 공장 건설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하자니 관세 등 '보복'이 두렵고, 압박에 못이겨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자니 임금 등 고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 "땡큐"에 난감해진 삼성전자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새벽(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고 썼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를 보고 트윗을 한 것이다.
앞서 전날 오후 삼성의 미 가전공장 건설 가능성을 다뤘던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윗을 보도하면서 이슈는 더욱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쳐=연합뉴스]
국내외 매체를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사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자 삼성은 좌불안석이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의 관심 자체가 삼성에는 일종의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는 조심스럽게 현지에 용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포함해 몇개 주와 냉장고 및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 공장 건립을 놓고 교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 공장의 특성상, 용지가 정해지고 나고 나면 공장 착공부터 가동까지는 1년 이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빠르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채산성을 비롯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만큼 아직은 따져봐야할 게 많다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가전 공장을 인력이 매우 비싼 미국에 짓는 것은 따져볼 게 많다는 설명이다. 기껏 제품을 만들었는데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이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은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제조된다. 냉장고 등 가전은 멕시코 게레타로 기지에서 만들어진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손을 대고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린다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은 "미국은 삼성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지금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약 170억달러를 투자해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를 위해 미국 내 새로운 투자 필요성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LG전자[066570]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초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후보지로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도 지어야 하나"…현대차도 '고민'
현대·기아차그룹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달 17일 5년간 31억달러(약 3조5천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 트럼프의 '예봉'은 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R&D)과 기존 생산시설 환경개선 투자만 포함돼 있을 뿐, 신규 공장 건립은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당시 외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 금액은 현대차가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 투입한 규모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액수다.
정 사장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요가 있다면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이 선뜻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이미 미국에 각각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05년 완공된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 등 3종을 생산하며 연간 37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준공한 조지아 공장은 K5, 쏘렌토 2종으로 연간 34만대를 생산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에 연간 14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여만대는 이처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구조다.
만약 현대차가 미국 신규 공장을 건설하게 되면 국내에서 현지로 가는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국내 생산 설비 감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어나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여기에 기아차도 멕시코 신규 공장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올해부터 멕시코 신규 공장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재협상 계획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국경세 부과 방침 등이 난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양재동 현대 기아차 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nomad@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