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의 민낯…"1주일 안에 9개 그룹 모아 300억 만들라"

연합뉴스2017-01-19
미르재단의 민낯…"1주일 안에 9개 그룹 모아 300억 만들라"
전경련, 재단 설립 '청와대 회의' 증언…"신청하면 문체부가 신속 허가"
"靑비서관, '아직도 안 낸 데 있냐' 화내…'총회 말고 서면 처리' 지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등이 개입한 미르재단 설립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듯' 이뤄졌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생생히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최씨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모 상무는 2015년 10월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이뤄진 일명 '청와대 회의' 내용을 상세히 진술했다.
그해 10월 21일 열린 1차 청와대 회의는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 주재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 비서관은 이씨 등 전경련 직원들에게 "일주일 안에 9개 그룹을 모아 300억원 규모의 재단을 설립하라"며 시간이 촉박하니 "데일리(매일) 체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최 비서관이 300억원을 낼 기업 9곳을 지정해줬다는 게 이씨 진술이다.
출연대상 기업에 롯데그룹이 빠진 걸 보고 "롯데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자 최 비서관이 "빼라"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 2차 회의에서는 갑자기 재단 설립 날짜가 그달 29일에서 27일로 당겨졌다고 한다. 또 이날 회의에서 전경련은 재단 설립 허가를 신청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속히 허가를 내주는 식으로 역할 분담도 이뤄졌다고 한다.
재단 창립총회 회의록을 '허위'로 만들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이씨는 "최 비서관이 '창립총회는 굳이 할 필요 없고 서면으로 해서 날인하면 될 것 같다. 얼마 전 청년희망재단도 그런 식으로 해서 2∼3일 만에 서면으로 다 했다'며 그렇게 처리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서는 최 비서관이 1차 회의 때만 해도 "전경련에서도 한 명을 추천하라"고 했다가 2차 회의에 가서는 "한 명도 추천하지 마라. 안종범 수석에게서 받아다 주겠다"고 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10월 23일 3차 회의에서는 최 비서관의 기업 출연 독촉이 이어졌다. 이씨는 "최 비서관이 9개 그룹 약정을 다 받았느냐고 물어 한두 곳 못 받았다고 하니 화를 냈다"며 "'도대체 누가 여태 안 냈느냐. 명단을 내놔보라'고 하길래 '오늘내일 사이 꼭 받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이날 안 전 수석에게서 건네받은 이사진 명단을 이씨 등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쪽에서 연락할 테니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사진 명단에 대해 이씨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이었다"며 "눈에 띄는 문화계 사람이 없어 재단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10월 24일 4차 회의에서는 미르재단 이사진들과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미르재단 측 인사들은 재단의 재산 비율 문제를 거론했다. 이씨 등이 정관 변경에 제동을 걸어 일단 당일은 넘어갔지만, 이틀 뒤 청와대에서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을 기존 9:1에서 2:8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이씨의 증언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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