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을 묻다] ④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9곳 나홀로 '끙끙'

연합뉴스2019-03-31

[한국경제 길을 묻다] ④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9곳 나홀로 '끙끙'
400여개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공동R&D·외부R&D 10%대 그쳐
인력유출·기술도용 우려 때문…"신뢰기반 혁신생태계 구축 시급"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옥철 특파원 윤선희 최현석 기자 = 국내 중소벤처기업 10곳 중 9곳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다른 기업이나 기관의 발명이나 노하우를 구매한 경험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주변 기관이나 기업과 혁신 활동을 위한 협력을 하지 않은 채 홀로 끙끙 앓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개발(R&D)을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 공동으로 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도 15%에 불과해 중소기업과 외부간 협력을 강화할 혁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박규호 한신대 교수와 장지상 경북대 교수, 정준호 강원대 교수의 최근 저서 '한국 중소기업의 혁신생태계 분석'에 따르면 부경대 SSK 사업단이 작년 1~3월 40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거나 과학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부에서 수행한 R&D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전체의 52.9%(복수 응답)인 212개 기업에 달했다.
그러나 새롭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제품이나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기업 또는 다른 기관이 보유한 노하우, 지식재산권, 발명품 등 '외부지식'을 구매한 경우는 10.2%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그나마 중기업은 15%에 달했지만 소기업은 8.2%에 그쳤다.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외주계약을 통해 수행한 '외부 R&D'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도 12%에 불과했으며, 내부 조직과 타기업 또는 타기관간 계약을 통해 수행한 '공동 R&D' 사례는 15.2%에 머물렀다.
중소기업들이 외부 기관이나 기업과의 R&D나 네트워크 형성에 투자하는 노력과 금액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들 기업의 혁신활동 유형별 총소요비용 662억원 중 '내부 R&D'는 329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기계·장비·소프트웨어·건물취득'이 131억원, '직무훈련·디자인·마케팅활동·기타 활동'이 105억원이었다.
'외부 R&D'와 '외부지식 구매'를 위한 소요비용은 각각 6.4%와 2.0%에 그쳤다.

연구개발(R&D) 사업(PG)[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기업, 기관 상호간 협력수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정보 교환'과 'CEO 미팅'이 5점 만점에 2.92점과 2.90점을 기록, 정보공유 차원의 협력수준이 다소 높았다.
그러나 공동연구 개발(2.36점), 기술이전 획득(2.38점) 등 기술협력 차원의 협력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소기업이 외부와 협력에 소극적인 것은 마땅히 연계할 기회를 찾기 어렵고 인재나 기술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들은 협력활동과 네트워크 형성의 장애 요인으로 '주변에 부품소재 공급·수요기업이 없어 연계여건이 미흡'(2.68점), '인력유출 우려'(2.67점), '개발된 기술의 도용·소유권분쟁 우려'(2.66점) 등을 꼽았다.
'역량있는 대학·연구소·기업지원기관 부족'(2.58점)과 '중개기관 부족·역량 미흡'(2.58점), '관련 기업·대학·연구소의 폐쇄적 태도·협력 인식 부족'(2.55점) 등도 장애 요인으로 지목됐다.
제품이나 공정 혁신의 개발 주체로는 자체개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제품 출시나 생산, 지원활동 등이 기업 자체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과 관련 기관간 체계적인 협력망 구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혁신의 성과로는 '고객에게 주는 혜택·제품 변경'이 39.7%로 가장 두드러졌으며, '업무수행조직 변화 도입'(34.9%)이나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개선된 제품 출시'(33.7%) 성과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제품 디자인과 판매 등 마케팅혁신이나 생산공정 및 물류방법 등 공정혁신에 대한 성과는 다소 낮았다. 신제품 출시 성과는 15.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신뢰를 형성하고 연계를 통해 혁신을 모색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규호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은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신뢰가 쌓이지 않아 연계하는 능력도 외국 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기업뿐 아니라 수요측과 연구기관도 포함된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혁신 생태계에 들어가 외부와 연계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엄청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며 "중소기업간 혁신이 활성화되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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