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재용 영장은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

연합뉴스2017-01-17

WSJ "이재용 영장은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
NYT "결단 필요한 중대결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어"
블룸버그 "후계구도 안갯속…이부진 사장 역할 주목"

13일 특검조사 마치고 귀가하는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런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한국이 과두제 권력을 깨뜨릴 기회를 잡았다'는 부제를 붙인 이 신문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는 삼성은 물론 한국 기업들이 수십 년간 정치·경제적 문제를 관리해온 방식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WSJ는 "과거에도 한국 기업들이 뇌물공여 혐의로 소추된 적이 있지만, 부패에 물든 정치문화는 그런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과거 스캔들 때는 대통령이 기업의 경영공백과 경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재벌 총수들을 사면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썼다.
이번 특검 수사는 훨씬 더 공격적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유죄 심증이 굳어져 있다고 WSJ는 해석했다.
이 신문은 "대중의 분노로 인해 대행 정부가 수사에 관여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고 나면, 다음 대선 후보들도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사면하지 못하게 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재벌에 대한 법적·정치적 압력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재벌을 길들일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최선인가. 한국은 재벌이 경쟁으로부터 보호 장치를 사는 교과서적인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더 나은 과정은 소수 주주들에게 더 강한 권리를 주는 지배구조 개혁이 될 수 있다. 특히 노동법 탈규제화도 중소기업들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아울러 2015년 이뤄진 삼성의 합병을 되돌려놓는 것은 부패가 통하지 않는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1면 주요기사로 다룬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17일자 아시아판.
뉴욕타임스(NYT)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스캔들이 최고위까지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의 정치-경제 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련되고 부드러운 리더로 비춰져왔고, 한국의 정치집단과 기업 엘리트 간의 편안한 유착은 잘 구축돼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인 제프리 캐인은 "구속 자체를 넘어, 이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역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혐의로 인해 삼성이 봉건왕조처럼 운영된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선진적인 실리콘밸리 기업의 주주와 파트너들을 설득하기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 부회장 신병처리가 삼성에 미칠 향후 여파에 대해서는 엇갈린 관측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고도로 기능화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 없이도 부드럽게 굴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이 부회장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중대 의사결정은 연기될 수 밖에 없다는 상반된 예측도 있다는 것이다.
샌퍼드 C.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걱정해야 할 일은 바로 큰 결정들"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 사태가 몰고 온 재앙으로부터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데, 이 부회장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을 바꾸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도 조명했다.
상명하복식 구조를 바꾸기 위해 '스타트업 삼성' 같은 기업문화 혁신을 주도했고 기업지배구조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한 변화도 시도했다는 것이다.
NYT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더 많은 책임을 맡아 삼성을 관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의 후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일정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쳤다. 가부장적 풍토의 기업에서 (여성 오너가)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이 사장이 고삐를 잡을 순 있겠지만 지분이 적기 때문에 영구적인 승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가들의 전망을 곁들였다.
아무튼 삼성의 후계구도는 안갯속에 빠져 한동안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에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이 삼성전자를 이끌게 될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삼성그룹 서초사옥[연합뉴스 자료사진]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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