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너도나도 "해외공략 나서겠다"…습관적 구호 우려(종합2보)

연합뉴스2017-01-02

CEO들 너도나도 "해외공략 나서겠다"…습관적 구호 우려(종합2보)
유통계·식품업계 CEO들 생존위한 변화 강조…"준법", "혁신", "인수합병"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은경 정빛나 기자 = 국내 주요 유통·식품·화장품 업체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들은 공통적으로 2017년 신년사를 통해 경영환경 악화를 예상하며 임직원에게 생존을 위한 '변화'를 주문했다.
아울 상당수 기업들은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해외 시장'에 주목, 적극적 공략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하강과 보호무역 기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등을 고려할 때 해외 시장 진출 여건도 말처럼 쉽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 이구동성으로 "해외 진출" 선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중국 경제 성장의 감속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불안정한 국제 정치 상황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변화 방향으로는 질적 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새 영역 개척과 미래성장 준비, 준법경영 실천, 이웃·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특히 경쟁력 강화와 관련, "올해 그룹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되면서 각 계열사의 현장 중심 책임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계열사는 기술 개발, 생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고 당부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 이후 신 회장이 직접 약속한 '준법경영'도 강조했다. 그는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준법경영위원회 등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는데, 임직원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자율적 행동이 수반돼야만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3일 그룹 시무식에 앞서 이날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과거 성공 요인이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하는 만큼, 성공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영방침으로는 ▲ 변화와 혁신을 통한 핵심사업의 위기 극복 ▲ 적극적 시장 대응과 새 성장동력 발굴 ▲ 일하는 방식 변화와 창의적 조직문화 정착 등을 내놨다.
특히 정 회장은 "저성장 시대에는 자발적 동기에서 비롯된 구성원의 창의적 실행이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자율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새로운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그 의미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창의성'과 '도전'을 강조했다.
CJ그룹은 불황 극복 방안으로 인수·합병(M&A) 등을 내세웠다.
손경식 CJ 회장은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국내외 여러 불안요인으로 경제 성장이 더 둔화될 것"이라며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의 미래성장에 역사적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주력 사업 M&A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흥국·신시장 개척, 사업부문별 1등 경쟁력 확보, '완벽'과 '최고'를 지향하는 일류문화 체질화 등이 실천 방안으로 꼽혔다.
손 회장은 특히 M&A와 관련, "올해 그룹 사업 전반의 획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성장과 더불어 M&A 노력을 통해 각 계열사 주력 사업의 성장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중화권·아세안·북미 등 3대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중동·서유럽 등 신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경영 관리 기준과 공급망 관리 체계 등을 정립하는 등 경영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서울 동작구 대방동 SPC 미래창조원에서 열린 신년식에서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올해 미국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SPC는 해외 생산거점과 연구센터 설립, SPC삼립과 식품유통물류기업인 SPC 지에프에스(GFS)를 통한 식자재 수출 확대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 해외공략 가능할까
하지만 현재 객관적 상황만 보자면 업체들이 대대적 해외 공략에 나선다고 해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업계의 경우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이른바 '사드 보복'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당국이 이미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에 대한 검역 등 '비관세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국가질검총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산 식품·화장품에 대한 통관 거부 사례는 모두 148건으로 지난해 전체 130건을 이미 넘어섰다.
여기에 국산 화장품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까지 제한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지난 7월 초 44만원대였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현재 30만원대로 6개월만에 32%나 추락한 상태다.
SPC의 미국 가맹 사업도 까다로운 현지 가맹점 개업 절차 등 때문에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PC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산호세)에 미국 가맹점 1호 '파리바게뜨 호스테터'를 열고 "호스테터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350개의 직·가맹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 내 SPC 가맹점은 5개로, 직영점까지 합쳐도 미국 내 점포 수는 50여개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워낙 얼어붙은 상태라 신년사에서 업체들이 한결같이 해외 시장 공략을 비전으로 제시했겠지만, 현재 글로벌 경영 환경으로 미뤄 수출도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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