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연봉 포기" "변기 뚫다가" 공무원 변신…합격수기 '눈길'(종합)

연합뉴스2017-01-05

"2배 연봉 포기" "변기 뚫다가" 공무원 변신…합격수기 '눈길'(종합)
충주시 신규 임용 101명 대표 '희로애락'…"공무원 시험, 프로듀스 101보다 치열"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채용 경쟁률 매년 최고치 경신, 20∼30대 10명 중 4명 공시족 경험…'
불확실한 세태를 반영하듯 최고의 선호 직업으로 떠오른 공무원에 관해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일부다.

충주시 새내기 공무원 합격 수기 영상 캡처

다양한 사연을 지닌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딛고 공무원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나왔다.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에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씁쓸함이 녹아 있다.
충북 충주시는 새내기 공무원 합격 수기 대회 입상자 3명의 사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5일 홍보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공개했다.
영상은 신규 임용 공무원 101명을 걸그룹 멤버 선발 오디션 '프로듀스 101'에 빗대어 '충주(CHUNG-JU) 101'로 표현한다. 코끼리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을 풍자한 것이다.
합격 수기 최우수상을 받은 이모(충주시 앙성면사무소) 주무관은 나이 서른일곱의 늦깎이 새내기 공무원이다.
건설업체를 다니던 2012년 고속도로 공사 현장 근무를 위해 백일이 갓 지난 딸을 데리고 충주로 이사했다.
2년 동안의 공사가 끝나자 해외로 발령 나 가족과 떨어지게 됐다.
칠레와 브라질, 볼리비아를 잇는 4천700㎞ 길이의 태평양-대서양 횡단도로 건설의 핵심 사업인 바네가스 브리지를 놓는 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역사적인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휴가차 귀국하던 날 산산이 부서졌다.
"아빠 없을 땐 밤이 무서웠는데 이젠 안 무섭다"는 다섯 살 난 딸의 한 마디에 머릿속이 하얘졌고, 아내와 상의 끝에 휴가 도중 덜컥 사표를 내고 말았다.
주위에서 걱정이 쏟아졌지만, 가족이 함께 사는 길은 공무원뿐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2배 연봉을 미련 없이 포기해 버렸다.
지난해 1월 사표 제출과 동시에 6월로 예정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멀리까지 가서 학원에 다닐 여력이 없어 무료 샘플 강의와 동영상 강의를 활용해 독학을 시작했다.
실력 점검을 위해 '시험 삼아' 본 4월 국가직 공무원 시험은 절망 자체였다. 아는 문제는 별로 없었고 시험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충격을 받은 이 씨는 밥 먹고 자는 시간만 빼놓고 공부에 매진해 6월 시험에 기적처럼 합격했다. 생계를 위해 임시로 일하던 건설 현장에서 합격 소식을 들은 터라 기쁨은 더욱 컸다. 하수도 공사 업체에 다니던 홍모(30·충주 신니면사무소) 주무관은 2012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형에게서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란 말을 듣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하수도 맨홀 작업을 하고 화장실 변기를 뚫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처음으로 인생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고교 시절 은사를 찾아간 자리에서 "자네 고2 때 꿈이 공무원이었어"란 말에 형과 함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7년 만에 책상 앞에 앉으니 1시간도 안 돼 좀이 쑤셨고, 분명히 책을 보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잠들어 있기 일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하던 반지하 방이 장마로 침수됐다. 물을 퍼내는 자신이 얼마나 처량하게 느껴졌던지 모든 걸 접고 집으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2014년 영어 과목에서 단 1문제만 맞춰 5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로 떨어졌고, 이듬해 시험에서는 시설직 전공과목이 과락을 받았다.
이후 취약한 영어에 하루 8시간을 투자했고, 전공과목은 계산 식을 모두 외우고 모의고사를 30번 이상 풀었다.
이런 노력 덕에 지난해 시험에서 드디어 당당히 합격증을 받았다. 불의의 사고로 병상에 누워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합격 소식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충주 출신인 손모(29·여·충주시 주덕읍사무소) 주무관은 2년여 동안 다른 지자체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다.
2013년 다른 지역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왠지 남의 일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왕복 100㎞가 넘는 통근 거리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고 동료들도 친절했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거리와 지명은 여간 낯설지 않았다.
행여나 고향으로 전출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 직급 강등을 감수하고 국가직으로 전환했다가 두 달 만인 지난해 5월 결국 사표를 냈다.
이어 한 달 만에 치러진 충북도 지방공무원 시험에서 최단기 합격이라는 영광을 얻었다.
손 주무관은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공무원이 되려면 공직에 대한 의지와 실천력이 얼마나 강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직 임용을 향한 새내기 공무원들의 열정과 희로애락이 담긴 이 영상은 "여러분이 마음에 안 들어 하고 때론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그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꿈이고 비전일 수 있다. 항상 주변을 돌아보는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로 끝을 맺는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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