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은행규제 완화…금융당국ㆍ은행권 '온도 차'>

연합뉴스2017-02-14

<트럼프發 은행규제 완화…금융당국ㆍ은행권 '온도 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드-프랭크법 재검토를 통한 은행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국내 은행권과 금융당국 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추진이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국가 간 경기 회복에 따라 규제 완화 움직임은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도드-프랭크 법안의 폐지나 전면적인 수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정된 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을지는 개별 국가의 경기 회복 속도나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10년 7월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금융감독개혁안이다. 단기매매 차익을 위한 자기 계정 투자 제한과 파생금융상품 규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국을 신설 등이 핵심이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정부가 도드-프랭크 법을 앞세워 과도한 은행규제로 시중에 유동성이 순환을 막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 효과도 제한된 도드-프랭크 법의 타당성을 전면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국내 금융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행보가 국내 금융당국의 변화도 끌어낼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갈수록 강화하는 대출규제와 자본비율 규제 속에 은행이 낼 수 있는 수익성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대마불사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며 각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대형은행에 대한 감독기준을 강화했다.
이듬해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의 자본규제 강화는 화두가 됐고, 국제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가 중심이 돼 레버리지 비율과 유동성 비율 규제를 도입했다.
더불어 건전성 감독 차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회사 지정, 금융회사 임원 자격검정 강화, 파생상품 리스크관리 강화, 신용평가사 객관성 제고, 금융회사 임직원 보상정책 개선 등 방대한 부문에서 규제가 정비됐다.
당시 탄생한 새로운 은행 자본규제인 '바젤 Ⅲ'는 금융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3년부터 부분 적용돼 오는 2019년 완전히 발효된다.
개별 국가들도 저마다 세부적인 금융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이 대형은행에 대한 검사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자본 공시를 강화한 것도 2010년 무렵부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은 사이클 산업이라 글로벌 시장의 추세와 완전히 동떨어진 움직임을 나타낼 순 없다"며 "유동성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이미 국내에서도 수차례 언급된 만큼 미국의 변화가 국내 은행에도 긍정적인 바람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1천3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이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인 만큼 자본과 유동성 비율을 앞세운 건전성 강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개혁을 앞세워 은행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최근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을 0%로 설정하거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 자본으로 인정하는 등 선진국보다 과도한 자본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법 개정과 신탁업 제정 등 금융 관련 법안 전반을 손질해 은행의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완화될 도드-프랭크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고쳐질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썬 기업과 가계의 부채를 관리하는 게 당국의 당면과제"라며 "은행규제 완화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부수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당분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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