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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명장 열전] ⑥ 철가방 출신 서정희 조리 명장의 인생 역전 스토리

연합뉴스2020-08-16

[K명장 열전] ⑥ 철가방 출신 서정희 조리 명장의 인생 역전 스토리
빈농 아들, 염소 판 돈으로 고교 진학 후 중국집서 아르바이트
졸업 후 대기업 18만원 월급 마다하고 4만원짜리 중국집 취업
1천가지 중식 요리 배워 한국 입맛 특허…30여년 명장 기술 전수

서정희 명장[촬영 조정호]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요리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갖고 요리를 해야 합니다."
서정희(53) 경남정보대 호텔외식조리계열 교수는 중국집 배달부인 '철가방' 출신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의 숙련기술자로 인정받는 명장이다.
고졸 출신으로 부산에서 이름난 중국요리점을 운영했고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로 새롭게 변신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남정보대 교수 연구실에서 만난 서 명장은 조리 명장으로서 자부심을 보여주려는 듯 조리사 복장을 하고 있다.
서 명장은 시골 빈농의 아들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요리 기술로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나간 인물이다.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서 8남매에서 7번째인 서 명장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밥을 맛있게 지었다.
시골이라 농사일을 하는 부모를 대신해 주방일에 친숙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도시 고등학교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 명장은 염소 판 돈으로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다행히 장학금을 받았지만, 생활비와 용돈을 마련하지 못해 중국집에서 주방 설거지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중식과 첫 인연을 맺었다.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던 서 명장은 고3 때 거제도 대우조선소에 조기 취업을 했다.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4만 명이 매일 아침에 동시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평생 직업으로 이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조리사의 길이었다.
부산에서 유명한 중국요리 전문점 주방에서 숙련된 조리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우조선에서 한 달 월급으로 18만원을 받았는데 중국집에서 주방 보조로 취업했을 때 한 달에 고작 4만원 받았습니다."
그는 창업의 꿈이 있었기 때문에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도 힘든 줄 몰랐다.
수타면, 만두 싸는 방법, 칼질 등 6개월 만에 중국요리 기본을 배웠다.
일찍 출근해 식당 내부와 주방을 청소하는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인 서 명장은 중식 조리사로부터 중식 요리 방법을 전수받는다.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삶의 목표를 삶았던 창업을 선택했다.

월급을 7년 동안 모은 1천500만원을 창업 자금으로 1991년 4월 부산 북구에 있는 상가주택 1층 20평 남짓한 가게를 임대했다.
27살 청년은 중식 코스요리까지 배달하면서 동네 식당으로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자장면과 탕수육 등 단품 요리만 배달하던 시대에 배달 직원 2~3명이 중식 코스요리를 배달했습니다. 주로 집들이와 각종 행사를 할 때 코스요리 배달이 많았고 반응도 좋았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국가 부도 위기로 대부분 투자를 꺼릴 때였다.
그는 맛집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은행 대출을 받아 과감하게 투자한 끝에 대단지 아파트 상가 1층 54평 규모 중식당 주인이 됐다.
중식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중식 메뉴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서 명장은 설과 추석 명정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대만 등 대도시를 다니며 요리 연구에 몰두했다.
베이징에서 중국 황제 요리를 접한 것을 계기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요리 50여 가지를 개발했다.

이때 개발한 팔보오리탕, 새우녹즙면말이칠리, 참마튀김, 전복장어 등 4건을 특허 등록을 했다.
연 매출 15억원에 이르는 중식당을 운영한 서 명장은 중식 요리 후학 양성이라는 새로운 꿈에 도전했다.
20년간 익힌 조리기술을 인정받고자 2005년 국가 공인 조리기능장을 취득한 서 명장은 43살의 나이에 영산대에 입학했다.

동양조리학과과 중국어학과 복수 전공을 하면서 20살 넘게 차이 나는 학생들과 어울렸다.
2012년 영산대 조리예술 석사에 이어 2016년 자장면을 소재로 한 논문으로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아 '선 취업 후 진학'이라는 목표도 이뤘다.
중국요리를 표준화한 조리법을 전수하고자 '부산중식발전연구회'를 창립했고 후배 조리사들이 산업 기사와 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중국 요리책 2권을 펴냈다.
최고 숙련기술인인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된 것은 그의 30여 년 중식 요리 인생의 결과였다.
대한민국 명장 부산지회장인 서 명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방에서 음식을 개발하고 조리기술을 전수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요리체험관·박물관, 부산시 숙련기술전수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인 창업, 외식산업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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